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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전망]

 

아직도 긴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희망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방현섭 사무국장

 

2018년과 2019, 남과 북은 꿈과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가 참가하는 한편 김여정을 위시한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이 방문하여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게 하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도보다리에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누며 4.27 선언을 발표하였고, 9월에는 문 대통령이 방북하여 평양의 5.1경기장에서 연설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해결사를 자처하며 북미 간 싱가포르 및 베트남 하노이 회담을 적극적으로 주선하였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판문점을 방문하였을 때 김 위원장이 나와 깜짝 정상회담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기차를 타고 4,500km 먼 길을 66시간 동안 달려 베트남 하노이까지 와서,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가 만족할만한 합의 도출을 기대하였지만, 결국 빈손으로 헤어졌습니다. 이 회담의 결렬은 북한의 급격한 태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북한은 백두혈통의 최고존엄이 큰맘 먹고 국제무대에 나섰지만, 철천지원수인 미국에 사기를 당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핵무력 완성만이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화 국면에 잠시 멈췄던 핵무력 개발 시계를 다시, 더 빠르게 돌렸습니다. 더 이상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이참에 고도의 핵무력과 투발 수단을 완성하여 협상의 지렛대로 삼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문 대통령이, 결과적으로는 망신 주기를 위한 미국 시나리오에서 앞잡이 역할을 하였고 미국을 추동할 만한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남북관계 역시 급격한 후퇴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잠긴 북한의 문에 더욱 튼튼한 빗장을 채우게 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이었습니다. 서방의 오랜 제재와 봉쇄로 북한의 경제 산업 기반이 취약해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무기 생산을 위한 중공업은 그나마 낫지만, 생필품 등을 생산할 경공업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북한의 의료 체계는 사전에 대비하자는 예방의학을 중심으로 설계되었고 약재 수입이 어려운 환경이라 자체 보급이 어느 정도 가능한 고려의학(한의학)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료 환경으로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려는 것은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북한이 선택한 방역은 완전 봉쇄입니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 사이의 철도는 북한 대외 무역의 핵심 교역로입니다만, 2020년 추석 무렵에 이 철도 운행을 전면 중단하였습니다. 물론 다른 대중국 교역로는 물론 러시아와의 교역로 역시 차단되었습니다. 이 당시에는 밀수 형태의 물자 반입도 철저히 통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자와 인력 출입이 완전히 차단되어, 봉쇄 이전에 나갔던 인원은 기약 없는 타향살이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단체도 코로나 방역을 위한 소독제 원료를 지원하려고 추진하였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유일한 운송 수단인 철도 운행이 중단되는 바람에 포기하였습니다.

북한의 물자 반입은 1년여가 지난 후에야 소규모로 재개되었습니다. 북한의 중형급 선박 한 척이 중국에 입항하여 물자를 상하선 한 후 돌아와 바다 위에서 자연 방역 방식으로 한 달을 넘게 방치하였다고 합니다. 다시 1년여가 지난 후에야 신의주에 검역소를 설치하여 방역 수준을 높이고 열차 운행을 재개하였지만, 외부의 물자 조달 공백이 길었고 당이 결정한 품목 위주로 운송을 하다 보니 주민 실생활에 필요한 물자 공급이 얼마나 충족되는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인원에 대한 통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핵실험을 제외한 북한의 무기와 발사체 실험이 급증하고 있으며 상당한 기술 진보를 이룬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제 남은 것을 핵실험인데, 전문가들은 언제 해도 이상하지 않을상황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로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자제하였던 문 대통령과 달리 적극적 훈련을 명령하는 윤석열 대통령 시대를 맞아 북한은 수세적으로 대응하던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맞불 사격을 하거나 무인기를 띄워 서울 상공을 휘젓고 다니는 등 도발을 주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하겠다는 의도적 행위로 읽힙니다. 전향적 의지 없이는 남북관계의 변화를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아이들까지 해외 원조로 키워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특히 영유아 관련한 해외의 원조는 받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물자가 매우 부족한 북한의 현실에서 해외 지원 거부는 쉽지 않은 결단이겠지만, 소위 ‘1호 명령을 무시하지는 못합니다. 물론 영유아에게 필요한 물자 지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북유럽 국가들이 분유 등 어린이 영양 물품을 지원하였다는 소식이 가끔 들려옵니다. ‘1호 명령은 무엇보다도 우선 남한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공식적으로 남한의 물자와 관련된 양자 협의가 최근에는 전혀 없었습니다. 북한이 어느 국가(주로 중국)의 단체와 물자 지원에 관한 양자 합의를 하면 남한이 제3국 입장으로 다시 그 나라의 단체와 협약을 하는 방식으로 인도지원이 진행됩니다. 그나마도 매우 제한적이고 최근 실제로 집행된 것은 겨우 몇 손가락으로 꼽을 뿐입니다.

남북관계의 경색과 더불어 인도적 지원의 어려움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난 201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2018년이 화해의 분위기로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만 그 기회를 살리지는 못하였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주도적으로 북한과 교섭할 때 민간단체가 뒤따를 수 있도록 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문 정부는 이런 이해가 없어 우회로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남북 교류를 정부가 주도하면서 다른 창구를 열어주지 않았고, 결국 유일한 채널이 닫히면서 더욱 심각한 반목과 대결의 단계로 치닫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아쉬운 것은 송금 문제입니다. 주로 중국에서 대북 물자 구매와 운송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국으로 대금을 송금하게 됩니다. 그러나 유엔의 대북 제재가 엄연히 살아서 힘을 발휘하고 있기에 북한과 관련된 송금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이 갈등과 경쟁 관계인 상황에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남한의 은행들도 북한과 관련되었다는 느낌이 있으면 송금을 꺼립니다. 어렵게 대북 인도적 지원의 합의를 한다 해도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는 대금의 송금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사업을 집행하지 못하는 일도 있습니다.

 

이념과 사상이 중요하다지만 그것이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사회가 변하고 인식이 변하면 정치적 상황이나 이데올로기도 변합니다. 그러나 시대 정신이 바뀌어도 인간의 생명과 인권은 함부로 대하거나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인류 사회 불변의 가치입니다. 인도주의는 그런 가치관 위에 세워졌기에 인도적 활동이 정치적인 이유로 제한되거나 통제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한반도에서는 인도주의가 정치의 통제를 받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인도주의적 가치에 대한 몰이해와 무시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우리 자신을 상처입히게 될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거기에 더해 남북은 원래 하나였기에 결국에는 어떤 방식이든 다시 하나가 돼야 합니다. 세계가 자원과 식량, 에너지를 무기 삼아 무한경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우리 민족이 경쟁력을 갖는 길은 남과 북의 교류와 협력 외에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로 인구 절벽의 위기 앞에 선 남한과 낙후된 생활환경에 장시간 노출된 북한에게는 대결과 반목이 아니라 화해와 협력이 더욱 절실할 것입니다.

남과 북은 2010년 이후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데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진보정권과 보수정권을 두루 거쳤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동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이념과 정치의 관점이 아니라 생명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어두워도, 힘들어도, 막막해도, 희망을 버릴 수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됩니다. 재단법인 함께나누는세상도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 이 글은 (재) 함께나누는세상 2023년 소식지 '함께 나누는 세상'에 싣기 위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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