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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평죽교회 이창덕 전도사! 서리 전도사의 예배로 나는 많은 것을 얻었다



 



벌교에서 아침 9시에 출발하여 순천시 외곽의 평죽교회로 향한다. 한 시간을 넘게 달려 넓은 도로를 벗어나 구불구불한 산길을 10여분 더 달려가니 비탈길에 평죽교회가 보인다. 평죽교회는 학교 학회 후배인 이창덕 전도사가 작년 12월에 부임하여 서리 전도사로 담임하고 있다. 이창덕 전도사는 원래 착하고 순수하고 예의 바른 후배였다. 목회도 그렇게 잘 하고 있어서 자랑스러웠다. 얼마 전 아들을 낳아 정신이 없을 것이다. 



 



예배당 옆에 오토바이를 주차하면서 창문으로 얼핏 들여다본 예배전 준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네 줄의 장의자에는 세 개씩 가지런히 찬송가가 펼쳐져 있었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일곱 분의 할머니 권사님들은 대부분 글을 모르신다고 한다. 그래서 아는 찬송만 부르는데 그나마도 찾지 못해서 미리 다 찾아 펼쳐 놓는다고 한다. 자세히 보니 색깔이 다른 스티커도 중간에 책갈피로 붙여져 있었다. 예배 중에 부르는 세 곡의 찬송을 그렇게 일일이 미리 다 찾아 책갈피 스티커를 붙여놓는 것이다. 정성이 대단하고 배려가 세심하다.



 



교인인 여덟 명, 유일한 남성 교인이셨던 할아버지가 올해 초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오늘은 최고령 85세 할머니가 서울에 가셔서 여선 분만 참석하셨다. 그 중에 한 분은 교회 바로 윗집에 사시는 분인데 이 전도사가 전도를 하였다. 아기를 안은 사모님 옆에 앉으신 할머니는 예배에 집중하지 못하고 아기를 어르신다. 이 마을에서 가장 어린 아이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사모님, 그리고 이 전도사이다. 마을에서 아기를 본지 오래되시는 할머니들에게 이 전도사의 100일된 아들은 인기 만점이다. 아기 옆에 앉은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들의 시샘을 받는다.



   



설교시간이 되자 설교자가 이 전도사인지 할머니들인지 모르겠다. 문답식인지 대화와 토론인지 분간이 안 된다. 그런데 이 전도사가 능숙하게 할머니들을 리드한다. 척 보기에도 할머니들의 신임을 단단히 받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만큼 잘 모시고 섬겼다는 증거이다. 이제 온 지 반 년 조금 넘었는데도 벌써 이 전도사가 떠나가면 어쩌나 아쉬워 하신다. 그것은 이 전도사가 할머니들을 잘 섬겼거나 아니면 안수 받으면 그냥 떠나버리는(심정적으로 이해는 한다) 감리교회 안수제도의 병폐 때문일 것이다.



   



요즘 삼남연회에는 전도사들이 잘 안온다고 한다. 특히 감신대 출신은 거의 안 온다고 한다. 목회자리가 없다고 하지만 감신대 출신 전도사 후보생들은 학교의 네임밸류 때문에 가고 싶은 곳을 골라간다고 한다. 그러니 삼남 같이 열악해 보이는 지역,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은 안 오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전도사는 어떤 지역, 어떤 건물, 어떤 교세, 어떤 비전이 있는지는 보지도 않고 전화만 받고 두 말 없이 꼭 가겠다고 했고 정말 왔다. 그리고 지금도 자신이 단독목회를 나왔다는 사실에 너무나 감사하고 있다. 그 표정이나 말투가 진심인 것을 지난 수년간 봐온 나는 잘 알 수 있었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옷차림으로 축도를 부탁하여 나가서 마지막 축복기도를 하였다. 전도사는 축복권이 없다는 이 전도사의 말 때문인데... 좀 고지식한 것이 이 전도사의 매력이다. 아무튼 나가서 축도를 하는데 울음이 목구멍 너머로 올라오는 것을 억지로 삼켜버렸다. 사실은 평죽교회를 찾아가는 구불구불한 길에서부터 이미 목구멍이 막히기 시작했다. 그의 집에 들어가 앉아 그 부부의 얼굴을 보고 그의 목회를 보면서, 그리고 예배에 참석하면서 계속 해서 센티멘탈해졌다. 감사했고 감격했고 감동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안스러워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나중에는 정말 감사해서 그랬다. 그 짧은 예배시간이 이처럼 감격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무척 오랜만에 경험해본 것이다. 한글도 모르는 할머니들 틈에서 말이다. 가족과 같은 예배, 배려가 있는 예배, 일상적 삶의 나눔이 있는 예배, 서로가 서로를 깊이 아끼고 있음이 느껴지는 예배! 나도 예배 좀 한다는 사람인데 부끄러운 마음으로 내 예배와 목회를 돌아보게 된다.



   



예배를 마치고 헤어졌다. 요즘은 사모님이 아기를 키우느라고 점심식사를 준비하지 못한다. 아쉽지만 베지밀 하나씩 간식으로 드시고 댁까지 모셔다 드린다. 나는 정말 미안하게도 이 전도사와 식당에 가서 점심을 너무 잘 얻어먹고 나왔다. 어줍지 않은 선배 목회자의 충고도 빼먹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 내가 더 많은 것을 얻어가는 시간이었다. 후배 앞에서 부끄럽지 않으려면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착하고 순수한 목회자 후배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앞으로 유능한 목사보다는 좋은 목사가 되어주기를 바라며 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함양을 향해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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