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이 그리워 경순왕릉에 가봤다.

by 방현섭 posted Apr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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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 빈이가 군대 간 지도 벌써 넉 달이나 됐다. 시간이 참 빠르다. 물론 그 안에 있는 빈이에게는 하루가 30시간은 되는 것 같겠지만.

 

입영식 때도 비가 오는 관계로 정신 없이 떠나보내고 코로나19로 퇴소식도 못 하고 면회나 외출(GOP라 원래 외출은 못하겠지만)도 못하는 중에 어느새 100일 휴가 갈 때도 지났다. 5월에 휴가 일정이 잡혔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될 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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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그리운 마음이 들어 오토바이를 타고 아들 부대 근처로 가봤다. 면회를 오면 임진강 건너서 신라 경순왕릉 주차장에 세우는 거라는 말을 해서 네비를 찍고 경순왕릉에 가봤다. 

문산 통일고가도로에서 37번 국도를 타고 적잖이 달려 왼쪽의 장남교를 건너서 동네 길을 5분 정도 가니 경순왕릉이 나타났다.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조금 걸어 올라가니 넓은 터에 자리잡은 릉이 있었다. 아직 파랗게 돋아나지 않은 누르스름한 잔디풀 사이에 민들레가 아직 떠나가지 못하여 남은 씨앗을 날려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가하고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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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릉의 주위에는 철조망이 둘러쳐졌다. 철조망에는 '지뢰' 경고 표지도 있었다. 철조망 너머 나무들 사이로 언덕 위에 군 막사같은 것이 보였다. 야구공이라도 좀 세게 던지면 가 닿을듯한 거리에 있는 그 건물이 혹시 빈이가 있는 곳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좀 울컥해졌다. '빈아~'하고 소리라도 좀 질러보고 싶었지만... 아들 군생활에 걸림돌이 될까봐...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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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돌아갈 채비를 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오토바이 악셀을 힘차게 감아서 굉음을 냈다. 안 닿을 거리인줄 알지만 혹시라도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빈이가 내 소리를 들을까 하면서.

 

빈이가 첫 휴가를 받게 되면 다시 이 길을 오게 될꺼다. 아니면 최소한 복귀하는 날이라도. 휴가나 복귀 신고는 본부에서 하려나? 아무튼 코로나19가 가로막은 부자의 정을 이렇게나마 달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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