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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가톨릭, 불교, 원불교의 4대 종단 성직자들이 2월 29일부터 3월 21일까지 21박 22일 동안 2024 DMZ 생명평화순례를 하였다. 경기도 파주부터 강원도 고성까지 DMZ 일대 약 400km를 걷는 여정이다. 이 일정 중 마지막 부분인 19~21일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회(이하 화통위)와 감리교 평화통일위원회(이하 감평위)가 참여하기로 하여 필자도 이틀을 동행하였다. 이틀 동안의 여정과 소감을 나누고자 한다.

IMG_20240319_085044.jpg  ▲ 첫째 날 아침, 출발 전 아침 체조

전체 순례 20일째인 19일 오전 8시 40분에 소똥령마을 장신유원지에 도착하였다. 9시 어간에 순례자들과 순례를 돕는 이들이 하나둘 모여 동그랗게 섰다. 경직된 몸을 푸는 아침 체조를 시작했다. 체조를 마치고 새롭게 참여한 사람들이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전체 중 두어 명에게 참여의 소감을 나누어 달라고 하였다. 이날은 필자와 아일랜드인을 포함한 성공회 수녀 세 명이 새로 참여하였다. 그리고 크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서로에게 큰절을 올리고 순례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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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은 어렵지 않았다. 마을 길과 하천을 따라 난 길을 침묵으로 기도하며 걸었다. DMZ 일대를 걷는 순례길이라지만 철원 이후로는 DMZ에 인접한 길을 걸을 수 없었다고 한다. 대부분 험한 산지인 데다 민간이 출입이 통제된 군사지역이기 때문이다. 민통선 철조망을 따라 걷지 못하는 것이 좀 아쉽기는 했지만, 대신 천천히 걷지 않으면 절대 볼 수 없을 강원도 산골 마을의 잘 보존된 자연환경을 보는 것도 행복한 기도였다.

이날 걸어야 하는 거리가 약 13km 정도로, 그리 길지 않았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중간에 간식을 먹으며 원불교에 태동과 역사, 교리 등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걷는 내내 일본인 스님 둘이 발걸음에 맞춰 소고를 치면서 알 수 없는 짧은 경을 외웠다. 나중에 알고 보니 두 분은 남묘호렌게쿄(정식 명칭은 국제창가학회) 종교인이었고 외운 경은 ‘화엄경으로 귀의하라’는 뜻의 ‘남묘호렌게쿄(나무묘법연화경)’라는 말이었다. 철원에서부터 합류했다고 하는데, 연세가 좀 드신 한 분은 한국에 온 지 15년이 되었다고 하고 젊은 분은 네팔에 있다가 왔다고 한다. 남묘호렌게쿄는 한국에서는 사이비 취급을 받지만, 일본에서는 꽤 교세가 있는 정통 교단이라고 한다. 매우 특별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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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식을 먹으며 원불교 소개

점심 식사는 어천2리 마을회관에서 하였다. 마을 노인들이 자리를 양보해 주셔서 30여 명 인원이 둘러앉아 김밥을 먹었다. 오후에 이어진 순례는 이날 숙소인 간성 원불교당을 향했다. 눈과 비 예보가 있었는데 역시나 하늘이 어둑해지고 바람이 점점 세졌지만, 오후 2시경 원불교당에 도착할 때까지 비는 내리지 않았다. 원불교당에 도착하여 다시 아침과 같은 동그라미를 그리고 서서 서너 명이 하루 순례의 소감을 나누고 감사의 큰절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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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성 원불교당에서 열린 19일 마무리 기도회

교당 안으로 들어가서 그날의 순례를 마감하는 기도회를 원불교식으로 하였다. 필자는 처음으로 원불교당에 들어가 봤고 또 법회 하는 것을 보았다. 특이하게도 집례하는 교무님은 신도석이 아니라 정면을 보고 앉아 경을 읽고 목탁을 쳤다. 생각해 보니 불교도 그렇다. 기독교만 집례자가 신도석을 향하는 것 같다. 낯설었지만 가만히 독경하는 것에 귀 기울여 보니 종교가 서로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사이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고, 부활절 연합예배를 명성교회에서 개최 문제로 오전에 총무 면담을 하고 출발한 화통위 위원들이 도착했다. 간성 전통시장에서 감자옹심이 수제비로 저녁 식사를 하고 숙소인 금강산콘도로 이동하여 첫날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고정 순례자들은 원불교 교당에서 마련한 잠자리에서 잤다. 밤에 감평위 목사님들도 금강산콘도로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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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봉으로 향하는 산길

21일 차인 3월 20일,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밤새 눈이 꽤 많이 내렸던지, 세상이 온통 은세계가 되었다. 다행히 기온이 많이 올라 쌓인 눈은 오래 가지 않았다. 콘도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간성 원불교당으로 이동하여 오전 8시 30분부터 불교식 아침 기도회를 하였다. 스님이 반야심경을 우리말로 독경하는데 ‘명예와 권력, 괴로움 등 모든 것이 다 공이다’라고 하는 내용이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밖으로 나와 아침 체조와 소감 나누기, 큰절을 올린 후 순례를 시작했다. 이날엔 고성 지역의 젊은 기독교장로회 목사님들이 몇 분 합류하였다. 둘째 날은 해파랑길을 따라 약 20km를 걸었다. 필자는 해파랑길이 강원도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원불교 교무님이 부산에서부터 쭉 이어진 길이라고 알려줘서 놀랐다. 간식을 먹은 후에는 산길을 따라 걸어 응봉 정상에 올라 화진포를 내려다보았다. 저 멀리 해금강도 보인다.

PANO_20240320_133718.jpg  ▲ 응봉에서 바라본 화진포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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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봉에서 바라본 북녘, 저 멀리 해금강이 보인다.

점심은 거진항 부근의 냉면집에서 하였다. 이번 순례에 단장을 맡은 가톨릭 신부님이 계시는 의정부 교구의 신도들이 응원 방문을 와서 식당 앞에서 손뼉을 치며 순례단을 맞아주었다.

식사 후 다시 이어진 순례는 초도리를 향하였다. 오후 4시가 좀 넘어서 숙소인 초도제일교회에 도착하여 마무리 모임을 한 후에 잠시 쉬었다가 저녁 식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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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20km를 걸어온 후 마무리

아쉽게도 필자는 개인 일정 때문에 저녁 식사 후에 순례단을 떠났다. 이틀 동안 대략 5만 2천 걸음, 약 33km를 걸었다. 다리가 아프고 온몸이 뻐근하였는데, 이 순례를 첫날부터 계속해 오신 분들이 존경스러웠다. 해단식은 21일 오후 3시,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열렸다.

계속 참가하신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DMZ 인근에 있는 교회들이 거의 전부 감리교회란다. 그래서 하룻밤 묵어갈 수 있겠느냐고 협력을 요청하였지만, 거의 도움을 받지 못하여 아쉬웠다고 한다. 목회자들은 어느 정도 수용하려는 마음이었지만, 불교 승려들이 교회 안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교인들이 거부감을 보이는 것 같았다. 감리교 목회자로서 부끄러웠다. 내년 순례에는 DMZ 인근 감리교회들이 종교 불문하고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성직자들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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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한 감리교 평화통일위원회 목사님들

겨우 이틀 참여하였고 순례 종료를 하루 앞두고 떠나왔지만, 참 좋은 경험이었고 이런 기도에 마음을 합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돌아보지 않는 여정이었지만, 종교인들이 기도하며 400여 km를 걸어온 정성과 열망을 하늘은 알아주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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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조망 이쪽 저쪽을 오가는 생명은 죽임을 당하는 현실이 한반도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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