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밤은 왠지 아깝다. 예배와 교회 행사의 하루 일과를 마친 후 저녁도 먹고... 그냥 잠을 자기에는 너무 아깝다. 책을 읽자니 비디오 세대인 내가 굳이 책을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영화를 찾아본다.
영화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일본 영화 사이에 한 중국 영화가 눈에 띈다. 사적소녀시대? 한자로는 아적소녀시대인데??? 아무튼 그 영화를 플레이어로 재생한다.
영화를 시작하는데 큰아들이 "왕대륙 나오는 나의 소녀시대냐?"고 묻는다. 왕대륙? 암튼 제목은 맞는다고 대답했다. 그녀석은 참 희한하다. 자기는 보지도 않았따면서 영화와 배우 이름도 알고 있으니! 중식 조리를 해서인지 중국 쪽에 대해서는 나보다 훨씬 많은 관심과 지식이 있다.
내용은 흔한 청소년 성장물이다. 시작은 성장한 여 주인공의 모습으로 한다. 린전신이라는 이름의 성공한 여성 커리어우먼...인줄 알았는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자기이 삶을 회의하다가 문득 펼쳐본 중학(대만은 중학 5-6년제인 것 같으니 아마도 우리 식으로 하면 고교시절) 시절의 프로필 북 같은거를 펼쳐 보며 과거로 여행한다.
엄친아 오우양(? 발음은 신경 쓰지 않도록 한다)을 좋아하는 별로 눈에 안 띄는 린전신, 그리고 저주를 가져오는 행운의 편지로 우연하게 엮인 쉬따이위(한자로는 서태우), 그 사이에 낀 엄친딸 타오민민의 이야기이다. 여기에 유덕화라는 연예인이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은 장치로 등장한다.
대부분 이야기는 린전신의 관점에서 풀어나가지만 후반에는 쉬타이위의 입장에서 회상된다.
중학시절에는 수학 올림피아드에도 나갈 정도로 똑똑했던 쉬따이위가 바다에서 수영 내기를 하다가 친구를 잃고 방황하여 양아치가 되었는데 마음씨 착한 린전신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는 츤데레~였던 것이다!
'내가 유덕화에게 널 위해서 노래를 불러주라고 할께!' 마지막 대사이다. 아마도...
거의 끝부분을 보는데 아내가 와서 하는 말이 "이거 또 봐?" 엥???
전에 아내와 같이 이 영화를 봤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정말 본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의 장면을 보니... 맞다!
조금씩 든 기시감은 주말에 영화 소개하는 프로그램 때문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주일 밤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다 본 후에 다시 애니 하나를 더 돌렸다.
'목소리의 형태'
그러나 너무 늦은 시각이라 조금 보다가 잠자리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