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건 아시죠? 거짓말입니다!”
인터넷 상에서 짤방(짤림방지)으로 돌아다니는 익숙한 짧은 영상에 등장하는 외침이고 주인공은 바로 이명박이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이 창원 실내체육관에서 한 발언한 내용이다. 이명박은 당시 경선에서 경쟁자인 박근혜를 물리치고 대통령 후보로 당선되었다.
이명박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온갖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해명하지 못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되었다.
제기되었던 의혹 중 가장 중량감 있는 건은 BBK 건이다. BBK라는 투자 자문회사가 옵셔널벤쳐스사의 주가를 조작한 사건이 있었는데 주가조작 사건보다 더 이슈가 된 것은 이 회사에 이명박이 개입되었는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BBK가 설립될 당시 이명박이 직접 이 회사는 자기 것이라고 발언하는 영상이 인터넷에서 떠돌았지만 이명박은 부인으로 일관하였다. 노무현 정권 하에서 이에 대한 조사를 하였지만 이명박은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동업자인 김경준은 2009년에 징역 8년과 벌금 100억 원을 확정받고 만기출소, 현재는 미국으로 강제퇴거된 상태이다. 그럼에도 BBK의 실소유주 논란은 형재진행형이다.
최근 BBK 김경준에 관한 뉴스가 떴다. 김경준은 한국에 들어와 이명박의 범죄혐의를 진술하고 소명하겠으니 입금금지를 해제해달라며 LA 총영사관에 비자를 신청하고 두 차례 면접도 하였지만 뚜렷한 설명 없이 불허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리인을 통해 “소명을 위한 노력이 검찰에 의해 제지되었으며 단독범행임을 인정하라고 강요받았던 게 불과 10년 전의 일이라며 이를 밝히는 것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서도 중요한 전환점이다”라고도 했다고 뉴스는 전한다.
이 뉴스를 보면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BBK 사건과 실소유주 논란은 국민들이 매우 궁금해하는 사안이다. 현재 구속 중인 이명박의 유죄 증명에 김경준의 증언은 스모킹건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법무부는 이런 중요한 사안을 외면하고 김경준의 입국을 불허하였을까?
상상을 해보았다. 혹시 입국허가를 담당하는 사람이 기독교인은 아닐까? 독실한 기독교인이면서 대통령까지 지낸 이명박 장로의 허물이 만천하게 까발려지는 것이 은혜롭지 않겠다고 판단을 해서 김경준의 입국을 막은 것은 아닐까?
물론 말도 안 되는 상상이다. 그러나 이런 상상을 하면서도 입맛이 쓴 이유는 뭘까? 실제로 그런 일이 교회 안에서는 비일비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교인 혹은 목사가 비리를 저지르고 범죄에 해당하는 비위를 저질러도 교회는 그것을 치리하기 보다는 되도록 그것을 덮으려고 안달을 한다. 목사가 성적 범죄를 저지를 경우 은혜롭게 처리한다는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목사의 비위가 만천하에 공개되면 그 교회는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으며 존폐의 위기 앞에 서게 된다. 교회의 구성원들은 교회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범죄행위에 대한 소문이 교회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단단히 통제를 한다.
불행히도 한국교회 전체를 견인하는 대형교회일수록 그런 행태가 빈번하다. 대형교회가 갖는 파급력과 경제력이 그만큼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명성교회의 세습 문제가 교회는 물론 사회적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단본부는 사회적인 도덕성의 기준을 외면하고 이에 면죄부를 주는 판결을 내렸다. 명성교회는 초대형교회로 엄청난 권력과 돈을 갖고 있으니 이 교회를 정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올바른 판결은 아니라는 비판이 절대적이다.
교회, 목사, 신자들이 이처럼 교회 내부의 죄악을 덮고자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교회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런 실수를 빌미로 교회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시도를 사탄 마귀의 도전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기가 막힌다. 인간의 생사화복과 만사를 주재한다는 전지전능한 신이 자신이 정한 법과 도덕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도 모자라 연약한 인간의 방어와 보호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인간의 잘못된 판단을 꾸짖고 정의를 세우는 것이 신의 본질이고 나약한 인간을 보호하고 돌보는 것이 신의 역할이다. 그런데 그런 신을 믿는다는 신자들이 오히려 자기들의 얄팍한 사상과 능력으로 신과 신이 세운 교회를 보호하겠다고 나서는가! 이런 신이라면 과연 믿고 신앙할 가치가 있을까? 대단한 착각들을 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 교회는 죄를 밝히고 그에 대한 철저한 회개를 요청하는 곳이 아니라 교회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죄를 덮고 은폐하기에 급급하며 자신들의 아집을 진리로 포장하는 일에 더 철저한 집단으로 보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사람에 의한 똑같은 범죄가 반복하여 발생하고 있다. 법의 무풍지대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목사가 반복적으로 죄를 범하면 그것을 은폐하려고 온갖 노력을 하다가 더는 숨길 수 없게 됐을 때 다른 교회로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물론 그의 범죄는 덮어둔다. 그렇지 않으면 그 교회도 그 목사를 어떻게 받겠는가?
사회에서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폭력을 행사하던 사람이 어느 날 회개했다면서 목사가 되어 나타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조직폭력배인 조양은이나 부천서 성고문 기술자 이근안도 목사가 되어 셀프 속죄를 하였다. 이런 현상에 박수를 쳐주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이런 잘못된 풍조 때문일 것이다.
예수님은 병자에게 의사가 필요한 것처럼 죄인에게 인자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로 교회에는 죄인이 많고 또 그래야 한다. 그러나 혹시라도 죄를 덮어주고 은혜롭게 넘어가자는 잘못되고 교만한 풍조 때문에 죄인들이 더 교회에 꼬이고 교회를 은신처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교회가 선한 사람들만의 공간이 되는 것도 올바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죄를 양산하고 죄를 덮어줌으로 죄인들의 도피성이 되는 것도 문제가 크다.
천 번을 양보해서 교회가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은 하지 못한다 해도 죄를 덮고 은혜라는 회칠을 한 무덤 같아서는 안 된다. 하나님과 예수님의 피로 세우신 교회는 연약한 인간의 보호와 은폐, 경호와 작업을 필요로 하는 하찮은 존재가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