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총회 감독회장·감독 선거
후보자들에게 보내는
정책 제안
1. 문제 제기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감리회)는 1884년 매클레이 선교사가 고종의 윤허를 받아 학교와 병원 사업을 시작하고 이듬해 부활절, 미감리회 아펜젤러 선교사 부부가 내한하였고 1887년 7월 배재학당 학생 박중상에게 첫 세례를 주고 10월에 벧엘예배당(현 정동제일교회)을 설립하면서 140여 년에 이르는 역사를 시작하였다. 이후 감리회는 2010년 158만 7천 명의 교인 수를 가진 한국교회의 주요 교단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성장세가 꺾이고 2020년의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2024년에는 113만 3천 명으로 약 3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교인 재적 정리를 유보하는 경향이 있는 교회 특성상, 이 수치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팬데믹으로 고립된 생활이 지속되면서 교회공동체를 통한 신앙적 요구가 줄어들었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오히려 중요한 문제는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겠다. 고령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감리회 부흥의 주역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는 반면, 출생이 재앙적으로 감소하는데 젊은 세대들은 교회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여 새로 유입되지 않고 등 돌려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출생자 수와 인구 감소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젊은 세대가 교회를 떠나고 있는 문제는 감리회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예를 들어 감리회 총회와 입법의회 총대가 거의 60세 이상으로 채워져 노인들의 회의, 원로원이 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지 이미 오래다. 또한 신자들의 정서가 일반 국민의 정서를 따라가지 못하고 수구 보수화, 교조화되는 현상 또한 감리회를 신뢰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감리회의 중요한 교리와 법을 결정하는 이들이 여전히 최고 성장을 구가하던 8~90년대에 머물러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구한말 사회에 봉사하고 시대정신을 견인하며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감리회가 이제는 건전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는커녕 사회 변화의 걸림돌로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다. 감리회는 ‘배가 전도 운동’, ‘3백만 전도 운동’ 같은 캠페인에 열을 올리지만 성장은 고사하고 현상 유지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리회는 대형교회와 중소형교회, 작은(미자립)교회의 계급이 이미 분화되었다. 물론 대형교회라고 해도 헌금 수입의 감소, 증가하는 관리비와 인건비, 물가 상승 등으로 마냥 화양연화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억대의 사례비를 받는 대형교회 담임자와 사례비를 받지 못해 대리운전과 학원강사로 이중직을 해야 하는 미자립교회 담임자 사이의 위화감은 점점 더 극명해지고 있다.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고 너는 나를 따르라”라고 말씀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시는 교회공동체에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라니 이게 웬 말인가!
우리는 지금 반드시 ‘교회의 존재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가?’, ‘감리회는 무엇을 하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2. 이번 감독회장·감독 선거를 바라보는 대중의 관점
지난 7월 26일에 감리회는 제36회 감독·감독회장 선거 후보자 공고를 했다. 역사와 전통, 성장을 자랑하는 내로라하는 교회의 담임목사들 세 명이 감독회장 후보로, 20명이 연회 감독 후보로 출사표를 던지고 감리회의 미래를 책임질 적임자로 자처하며 나섰다. 후보 등록비를 상향하였다니 대부분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재정 능력도 겸비한 분들이겠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유권자들, 목회자들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냉담한 것 같다. 누가 당선된다 한들 과연 감리회가 변하고 새로워질 수 있겠느냐는 자조 섞인 반응을 많이 접한다. 그동안 불법 선거, 금권 선거, 무능한 선거 관리에 질린 결과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출마한 이들의 면면 때문일 것이다. 감독회장 후보자들의 경우 누구는 선거 운동을 위해 수십억 원 대출을 받았느니, 누구는 교회 세습도 모자라 수백억을 내놓고 직위 세습까지 하려 한다느니, 또 누구는 존재감도 없이 학연에 호소하는 구태를 보인다는 등 비아냥이 흘러나온다. 또 연회 감독의 경우 2년이라는 임기가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너무 짧기에 별다른 정책도 만들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는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냥 대형교회 담임자들이 출신 대학에 따라 순서를 정해 돌아가면서 해 먹는다는 푸념이 이제는 정설로 들리기까지 한다. 어쩌겠는가! 뼈를 깎는 각오를 다져 감리회를 완전히 뒤집어엎고 새로운 조직과 체계, 시스템으로 세우지 못한다면, 이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믿는다. 비상한 시대를 맞아 치르는 이번 선거에 감리회의 미래가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우시는 이도 하나님이시고 인도하시는 이도 하나님이심을! 하나님은 당선자들이 감리회를 향한 선교적 시대적 소명을 깨닫고 사적 이익과 명예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이익을 위해 회개하고 헌신할 전적으로 새로운 마음을 주실 수 있다고 믿는다.
좋든 싫든 우리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고 감리회를 감리회답게 세울 사명을 받았다. 그래서 후보자들이 이런 한계를 겸허하게 수용하며 정책 제안을 고려해 주기 바라는 바이다.
3. 정책 제안
1) 목회자 최저생계비 지원
앞에서 언급한바 감리회 안에 교회 규모에 따른 계급이 형성돼 목회자들에게 중대한 위화감을 주고 있다.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감리회 교회는 6,701개, 목회자는 10,120명(정회원 9,359명, 준회원 522명, 서리 239명)이다. 이들이 앞으로 감리회의 흥망성쇠를 책임질 주체이지만, 이중 절반 가까이가 자립하지 못한 교회이니 약 3,300명의 목회자가 교회에서 전혀 사례비를 받지 못하거나 부족하여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상정할 수 있다. 또 농어촌교회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됨에 따라 그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의 중형 이상 교회 수련목, 준회원도 저임금에 주거를 제공받지 못하여 개인 대출 이자 감당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감사하며’ 섬기겠다고 부름 받아 나선 목회자들이지만, 현실적 생계유지가 되지 않아 자존감을 잃는 목회자들이 많다. 그 자신은 물론 가족이 처한 생게의 위협은 목회에 치명적인 요소가 될 수밖에 없고 상당수가 생계를 위한 직업 전선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행하게도 이중직을 통해 생활비를 조달하는 목회자 수조차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중위소득 4인 가구의 생계급여 최저 보장 수준을 183만 원으로 책정했다. 감리회의 2023년 총수입(경상비)은 1조 2,165억 원이다. 3,300명에게 보건복지부의 수준을 적용하여 180만 원씩 12개월을 지원한다고 가정할 때 필요한 액수는 총수입의 5.85%인 712억 원이다. 감리회 본부의 총예산이 456억(2023년)인 그것을 참작한다면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 일각에서 ‘목사가 배부르면 전도를 안 한다’라는 말까지 하며 지원에 반대하는 기류가 있는 것도 안다. 그러나 목회자들이 생계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소신껏 목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예배당 한 켠을 막아 가족의 생활 공간으로 사용하고, 남루한 옷차림, 피로에 찌든 얼굴을 한 목회자의 얼굴을 보고 그 교회에 찾아올 사람은 더 이상 없다.
더 나아가 모든 목회자의 사례비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되도록 하여야 한다. 교회와 교인 수의 규모에 따라 필요한 목회비 규모는 분명히 다르다. 그렇다면 공적인 목회 활동에 필요한 예산은 합리적으로 책정하되 사례비의 수준은 평준화하여 낭비를 줄이고 청빈한 생활을 유도하며 목회자 간 동료 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감대 형성은 필요하다. 이런 방식은 웨슬리의 감리회 운동에서 파생된 구세군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 자기의 사례비를 줄여 작은 교회 목회자의 생계를 돕는다는 것이야말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실천하는 참된 목회자, 공교회성을 회복하는 교회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감리회 입법의회는 2007년 ‘미자립교회의 자립을 위한 발전기금 마련 임시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1938단 제3조에 ‘총회가 정책을 수립하고, 연회가 관리하고, 지방회가 시행한다’라는 조항을 결의했다. 미자립교회 자립에 목회자의 생계 보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결국 미봉책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남연회가 특별한 의지를 가지고 3년 동안 미자립교회 담임자에게 매월 70만 원의 생계비를 보조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는 매우 고무적이지만 특정 목회자나 관리자의 의지만으로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고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큰 박탈감을 초래할 수도 있다.
감리회같이 규모와 조직이 갖춰진 교단이 감독회장과 감독 몇 명의 의지로 수백억 원의 예산을 당장 확보하고 집행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법 제정과 시행에 관한 연구는 당선 직후라도 시작할 수 있다. 서울남연회같이 관심과 의지가 있다면 위원회, 예를 들어 ‘목회자 최저생계비 지원 준비 위원회’ 같은 조직을 구성하고 실현 가능 방안을 연구하면 수년 내에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순차적 단계적으로 목회자 최저생계비 지원에 관한 노력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감리회 감독회장·감독 당선자들이 지속가능한 감리회의 미래를 위해 결단해야 할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인식하기를 바라며 제안하는 바이다.
2) 미자립교회 국민연금 지원 시행
감리회 연회의 준회원과 정회원이 되려고 하는 목회자는 국민연금 가입 대상자가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 반드시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자격이 주어진다고 교리와 장정(2021년)에 명시돼 있다. 또 교리와 장정 제3편 조직과 행정법 308단 제108조(감독의 직무) 제19항은 “감독은 미자립교회와 선교사를 위해 국민연금 납부에 적극 협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298단 제98조(감리사의 직무) 제16항은 “감리사는… 국민연금 가입을 독려하고 관리·감독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교역자의 국민연금 가입과 관리는 교리와 장정이 정한 목회자의 의무이자 감독, 감리사의 직무이다.
국민연금 가입 제도는 고령화에 따라 급격하게 증가하는 은급비 지출과 은퇴 예우를 받기 어려운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을 위한 소극적 대안으로 제정되었다. 이에 따라 경기연회와 서울연회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특히 국민연금 가입과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미자립교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중앙연회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모든 연회가 시행하지는 못하지만 일단 출발하였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고무적이다.
국민연금 가입과 지원에 관한 기본적 법은 제정되었으나, 문제는 지속성이다. 연회 감독이 의지를 갖고 설득해 확보한 예산이나 몇몇 뜻있는 목회자와 교회의 일회성, 한시성 후원은 해당 회기(임기)의 관리자나 후원자 업적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최소한 10년 이상을 납부해야 부족하나마 도움이 된다. 그래서 일단 시작하면 10년 이상 가입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최근 중앙연회는 감리사회의에서 국민연금 시행에 관한 설명회를 했다. 올해 중앙연회는 국민연금 지원과 관련하여 ‘리버스동행 특별위원회’를 조직하고 3천만 원의 기금을 조성하였다. 일단 감독이 관심을 갖고 마련한 기금이 확보되었으나, 새물결 회원들로 구성된 위원들은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가 고민하였다. 그래서 연회와 지방회가 각각 책임을 갖고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국민연금 납부액의 25%씩을 부담하는 방안을 연구하여 발표하였고 시행을 앞두고 있다. 또 10개 교회 목회자에게 매월 7~8만 원을 지원하는 광주하남지방회의 예를 소개하며 연 1천만 원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독일의 법학자 라드부르흐(G. Radbruch)에 따르면 법은 정의, 안정성, 합목적성의 세 가지 기본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법은 모두에게 공정하고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실질적으로 집행돼야 권위와 안정성을 갖는다. 물론 제정했던 목적에 충실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 지원 시행은 전적으로 각 연회에 일임돼 있다. 그래서 이미 시행하거나 시행을 앞둔 연회도 있지만 대부분 연회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시행하지 못하는 연회의 관리자와 목회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크다. 정당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 제정한 국민연금 가입과 지원에 관한 교리와 장정은 반드시 정의롭고 안정적으로 그 목적에 따라 집행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연회 차원에 맡겨 놓거나 몇몇 개인의 의지에 기대어 한시적으로만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
감독 후보자들은 국민연금 가입과 납부 지원에 관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모든 연회가 시행할 수 있도록 보편적 원칙과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만든 법을 사법(死法)화하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3) ‘작은교회’ 활성화
* 이 부분은 제 아이디어가 아니어서 정리가 미흡합니다. 정책위원장님이 마저 채워주십시오. 피정, 마이크로뱅크 등이 누락되었습니다.
현시대의 교회가 맞이한 위기는 큰 교회나 미자립교회나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목회자의 카리스마가 확고하고 교회 운영의 시스템이 확립된 대형교회보다는 재정과 인원, 정보 등 여러 가지가 부족한 작은교회의 어려움이 더 크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감리회 전체를 놓고 볼 때 대형교회가 더 확장되기보다는 작은교회들이 자립하고 성장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런 차원에서 작은교회가 살아나고 활성화되는 것이 감리회의 미래에 더 큰 의미와 효용이 있다는 것을 감독 후보자들이 인식하고 더 많은 관심과 고려를 해주기를 바란다.
(1) 목회지원센터 설립
목회지원센터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감리회 대다수를 차지하는 작은교회를 위한 정책이다. 규모 있는 교회는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작은교회가 스스로 할 수 없는 부분을 감리회가 책임지고 지원하고자 함이다.
목회지원센터는 강단과 목회가 풍성하고 영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예배와 설교, 절기 자료와 목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공교회적인 특성에도 부합한다. 크건 작건 일정 비율로 분담금을 납부하는 교회들이 자부심을 품도록 교단에서 목회적 서비스와 지원을 하기 위해 목회지원센터의 설립이 요청된다.
(2) 공유교회 활성화 방안
감리회 2021년 입법의회는 공유교회라는 형태의 교회를 인정하기로 결의하였다. 교리와 장정은 ‘안정된 예배 처소’를 갖춰야만 교회 설립을 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는데 하나의 건물에 두 개 이상의 교회가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공유교회법은 나름대로 진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다른 교단의 경우 이런 형태의 교회를 인정한 것이 꽤 오래되었는데, 감리회도 살인적으로 상승하는 건물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특색있는 교회의 존립과 유지에 대한 요청 때문에 이 법을 제정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 법의 제정으로 적지 않은 교회의 목회자들이 각자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몇몇 지방회는 이 제도를 십분 활용하여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회와 지방회에서는 전혀 활성화되지 못하였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공유교회의 인정을 위한 시행세칙이 각 연회의 위원회에서 규정되기 때문이다. 대형교회 내부에 설치되는 교회가 지부 교회처럼 되거나 편법 세습의 도구로 악용될 우려 때문에 주의 깊게 규정되어야 하고 각 연회와 지방회의 특성에 따라 섬세하게 고려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미 교통과 통신은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음에도 같은 지방 내에서만 공유화 협력이 가능하게 하는 세칙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또 기존 교회의 전세보증금을 연회에 예치하라는 것 등의 조항은 공유교회로의 집합을 어렵게 만든다.
어렵게 제정한 공유교회 제도가 실질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연구와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드시 악용의 시도는 근절해야 하지만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연회와 지방회의 사례를 발굴하고 실제로 공유교회를 필요로 하는 목회자들이 수요와 의견을 반영하여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제도로 정착할 수 있도록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3) 농어촌교회(광산교회 포함) 고령화와 교인 감소 대책
농어촌교회는 이미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경우가 많고 농어업에 종사하는 교인들의 수입이 비교적 고정적이어서 재정도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고령화로 인한 노령 인구의 사망과 그에 따른 농어업 규모의 축소, 젊은 층의 도시 전출 증가와 신규 인원의 이입 감소, 교통과 운송 형태 변화 등으로 인원이 줄고 재정 수익이 크게 줄어 작은 교회로 축소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례로 한때 나루터 인근에 있어서 크게 부흥했던 설립 100년이 넘은 교회가 육상 교통의 발전으로 인해 변두리화되고 쇠퇴하여 이제는 지방회 대표로 선출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작은교회 문제는 도시에 젊은 목회자가 담임하는 개척교회에 집중하였지만, 더 이상 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의 작은 교회가 주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면 농어촌교회는 인구 감소로 인한 공동화 위기에 직면해 있다. 각종 연구는 이미 지방소멸 위기를 진단하였고 2021년 현재 226개 기초 지자체 중 89곳이 인구 감소 지역으로 지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2047년에는 157개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고령 인구는 늘고 출생은 줄어 전체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사회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감리회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농어촌교회의 존속과 유지를 위한 통폐합 방안, 고령 교인들의 생활 돌봄과 임종을 앞둔 교인을 위한 영적 돌봄 교육 등 대책 마련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감리회도 소멸 위험 지역 파악에 나서서 지역 목회자를 면담, 도시의 교회도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책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
4) 기타 제안
(1) 감리교회 개혁을 위한 로드맵
입법의회는 감리회 본부의 규모 축소, 열 개의 연회를 광역화 통폐합, 신학대학원 통폐합 등을 결의하여 교인과 수입의 감소에 대비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런 결의들은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으며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변화된 시대, 달라진 목회 환경, 발전된 기술 등을 고려하여 감리회가 근본적인 변화에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가깝게는 10년, 멀리는 100년을 미리 내다보고 감리회의 틀을 새롭게 설계하여 만드는 로드맵이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법과 제도, 행정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감리회의 교리와 장정이 다양성과 다원성이라는 동시대성을 반영하고 상충하는 조항들을 바로 잡도록 대폭 개정돼야 한다. 입법의회 대표는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수 있도록 전 연령이 골고루 비율에 맞춰 선출되어야 한다. 각 위원회는 전문성이 있는 위원들로 구성하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현대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투표나 행정업무를 전산, 인터넷으로 처리한다면 비용도 절감할 수 있겠다.
전체적으로 평가한다면 감리회는 너무 늙었다. 구성원도, 총대도, 제도도, 기술도, 의식도… 한때는 시대를 견인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시대에 매우 뒤처져 있고 상식적인 시대 정신을 악한 것으로 규정하기까지 한다. 젊은 감리회로 거듭나기 위한 장기적 로드맵을 작성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모든 연령대, 다양한 분야가 함께 참여하는 장기 로드맵 작성을 위한 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2) 정당한 법과 절차를 따르는 행정 명령 발동
최근 목회자가 직무(직위) 정지를 당하거나 인사위원회를 통해 면직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자세한 내막이야 알 수 없으나 객관적으로 볼 때 과연 정당한 법 집행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게 된다. 감리회 법이 온전하지 않아 상위법과 하위법이 충돌하는 문제도 있으나 이에 대한 정당하고 적법한 해석과 절차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아 목회 현장과 교회가 뜬금없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권자들은 개인적인 감정과 친소관계가 아니라 법과 절차에 따라 권력을 집행해야 한다. 감독회장은 감독을, 감독은 감리사를 치리하는 과정에서 불법과 편법이 자행되지 않도록 주도면밀하게 감독하여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3) 교회 재산 사유화 및 교단 이탈 금지
교회 재산의 사유화와 교단 이탈 시도가 수년 전부터 지적되고 있다. 주로 친족으로부터 세습한 대형교회에서 벌어지는 시도이다. 이런 부당한 시도로 인해 교회가 깨지고 실망한 교인들이 이탈하고 있다. 새신자도 별로 없는데 기존 신자들이 교회를 떠나게 하는 것은 자멸의 길일 뿐이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교회 부흥이 담임목사 개인의 능력으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무지와 교만이며 그래서 사유화해도 된다는 탐욕이다. 감리회는 공교회이다. 개인의 재산 증식과 사유화를 위해 목회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성취를 위해서 모든 목회자가 헌신하고 있다. 교회 재산 사유화와 교단 이탈 시도는 가장 강력한 방법을 동원하여 막아야 하고 감리회가 공교회임을 목회자와 성도들이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4. 맺는 글
지금은 매우 비상한 시기이다. 이 상황이 쉽게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난국을 극복해야만 하고 오히려 한 뼘 더 자라는 성숙한 감리회가 되어야 한다. 다 함께 망하느냐 흥하느냐의 문제이다.
감리회는 감독교회이다. 그만큼 최고 행정권자인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 감독은 개인의 명예와 이익을 위해 차지하는 권력의 자리가 아니라 감리회 구성원 110만 명이 온전히 하나님께 충성하고 그 나라가 속히 오기를 기도하도록 돕고 권면하는 종복(從僕), 섬김의 자리이다.
길지 않은 임기이지만 최선을 다해 섬기고 지혜를 내고 뜻있는 사람을 찾아 세운다면 감리회가 산업혁명으로 혼란스럽던 영국 사회를 변화시키고 구한말 사회를 견인하며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것처럼 거룩한 명예를 다시 회복하리라 믿는다.
미쁘다 이 말이여, 곧 사람이 감독의 직분을 얻으려 함은 선한 일을 사모하는 것이라 함이로다 그러므로 감독은 책망할 것이 없으며 한 아내의 남편이 되며 절제하며 신중하며 단정하며 나그네를 대접하며 가르치기를 잘하며 술을 즐기지 아니하며 구타하지 아니하며 오직 관용하며 다투지 아니하며 돈을 사랑하지 아니하며 자기 집을 잘 다스려 자녀들로 모든 공손함으로 복종하게 하는 자라야 할지며 (사람이 자기 집을 다스릴 줄 알지 못하면 어찌 하나님의 교회를 돌보리요) 새로 입교한 자도 말지니 교만하여져서 마귀를 정죄하는 그 정죄에 빠질까 함이요 또한 외인에게서도 선한 증거를 얻은 자라야 할지니 비방과 마귀의 올무에 빠질까 염려하라 / 디모데전서 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