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강하구중립수역평화축제가 7월 26일(수)과 27일(목) 양일간 강화도와 교동도 일대에서 열렸다. 한강하구중립수역평화축제는 그동안 7.27한강하구평화의배띄우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으나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중단되었다가 명칭을 바꾸어 재개되었다. 한강하구가 남북 합의에 따른 중립수역임을 명시적으로 선포하는 퍼포먼스로 지역 주민과 배를 띄우는 행사를 했었지만, 당국과 군의 협조가 원활하지 못하여 올해는 육상에서의 행사만 진행되었다.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서울과 인천을 비롯하여 각 지역에서 온 약 150명의 참가자가 1박 2일에 걸쳐 평화순례와 평화음악회, 집담회, 평화선언문 선포 등의 행사에 열성적으로 참여하였다.
평화순례는 조를 나누어 갑곶돈대, 강화 전쟁박물관, 양민 학살지와 죽산 조봉암 선생 추모비, 연미정, 제적봉평화전망대 등을 둘러보았다. 필자는 성공회 천경배 신부님이 안내하는 1조와 함께 순례에 참여하였다.
구 강화대교 앞에는 천주교 갑곶순교지가 있는데 한국전쟁 당시에는 강화향도방위 특공대에 의한 양민 학살이 일어났던 자리이기도 하다. 이 자리에서 적법한 절차나 재판도 없이 1살 먹은 아기를 포함하여 남자 45명과 부녀자 1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1951년 1·4후퇴 당시 강화도 해안가에서 학살당한 희생자 수는 약 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썰물 때 시신이 떠내려가게 하려고 갯고랑에서 학살했다고 한다. 한국전쟁이 터져 황해도 연백에서 15세에 월남했다는 올해 88세의 노인 참가자는 자신이 직접 본 양민 학살 참상을 전해주기도 하였다.
조봉암 선생님의 추모비는 그 앞으로 갈 수 없을 정도로 잡초가 무성했다. 강화 선원 출신인 조 선생은 독립운동가였고 초대 농림부 장관을 역임하며 토지개혁을 단행하였으며 진보당을 창당하기도 하였지만, 반공법 위반 혐의를 조작해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 추모비를 세우기까지 많은 반대와 갈등이 있었다는데 그 역사와 추모의 노력을 느낄 수 있어 가슴이 아팠다.
연전에 탈북자가 수로를 통해 탈남하였던 연미정에서 전문해설사님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한강하구는 단 한 번도 남북 간에 분쟁이 일어난 적이 없는 수역이라고 한다. 남과 북이 중립수역으로 합의하였기 때문이란다. 연미정은 북의 조강과 남의 염하가 만나 제비꼬리 모양을 이루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홍수기에 중립수역인 유도에 떠내려온 소의 일화도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홍수로 떠내려온 소가 유도에 머물렀지만 먹을 것이 없어 점점 기운을 잃어가는 소를 남과 북이 모두 주시하였다. 이에 남과 북이 합의하여 남측이 이 소를 구출하기로 하였다. 구출한 소는 발목지뢰로 인하여 다리에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후에 이 소는 제주 우도의 암소와 합방을 하여 자손을 낳았는데 새끼들에게는 남북, 통일, 평화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998년 고 정주영 회장이 1,001마리의 소 떼를 끌고 방북하였는데 1,000마리는 서산 현대목장의 소였고 한 마리는 이 소 자손이었다고 한다.
제적봉평화전망대로 자리를 이동하였다. 제적이라는 말은 ‘적을 제거한다’라는 뜻인데 여기에 ‘평화전망대’라는 이름을 덧붙였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 정치인들이 바라보는 평화의 모순적 개념이다. 제적봉이라는 이름은 시대에 따라 없어지기도 하고 위치를 달리하기도 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전망대에서는 북의 개성을 관통하는 예성강이 한강과 만나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저 멀리 북측의 건물들이 흐릿하게 보이지만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전망대에는 남과 북의 언어 차이를 알아보는 전시가 있었다. 동그란 판의 양쪽 면에 남과 북이 서로 다르게 쓰는 말을 적어놓았는데 이 중에는 잘못된 것이 있었다. 남쪽의 '양호실'이라는 말이 북쪽의 '위생실'과 같은 것으로 제작해놨는데 북쪽의 위생실은 화장실을 말한다.
순례 일정을 마치고 교동 난정리에 있는 인천교육청 난정평화교육원에 도착하였다. 난정평화교육원은 2019년에 마지막 네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교동초등학교와 통폐합된 난정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고 새 건물을 신축하여 2022년에 개원하였는데 감리교회 김의중 목사님이 건축위원장을 맡아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난정평화교육원은 교육청이 세운 전국 최초의 평화교육원이라고 한다. 구교사인 교육동에는 교동의 역사와 난정초등학교의 역사, 생물 분포 등에 대한 전시를 깔끔하게 꾸며놓았다. 생활동은 2~3층이 숙박시설로 운영되고 있는데 객실이 아주 깨끗하고 안락하였다. 1층에서는 강신천 님, 김수일 님, 양혜경 님, 이시우 님 등 강화 민예총 작가 11명의 작품이 “평화의 꿈 – 교동”이라는 주제로 전시 중이었다. 김의중 목사님은 평화교육원에 많은 관심과 이용을 당부하였다.
오후 5시 30분부터 평화음악회를 시작하였다. 한국민족춤협회 이삼헌 님 외 2명의 정전협정 70주년과 한강하구의 평화를 염원하는 기원의식무로 막을 열었다. 이어 김은정 님의 오카리나 연주, 가수 안도 님과 천현희 님의 노래, 유니드림 콰이어의 합창이 이어졌고 풍물패 더늠의 평화기원 깃발 놀이가 참석자들이 모두 함께하는 평화기원 대동놀이(난장)로 이어지며 막을 내렸다. 어린 아이부터 청소년, 청년이 모두 어우러진 유니드림 콰이어는 통일부 소속 비영리민간단체 유니쉐어 소속의 중창단이다. 중창단 구성원은 모두 참사랑감리교회(정세광 목사님)의 구성원이라고 한다. 관객의 박수를 가장 많이 받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윤여군 목사님(남산교회)의 사회로 집담회가 열렸다. 통일과 평화, 화해의 상징으로써의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활용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었다. 사진작가이자 평화활동가인 이시우 님은 특히 9.19 남북 군사합의를 들며 유엔이나 군사정전위원회의 개입 없이도 남북이 교류할 수 있는 근거라고 설명하였다. 한강하구에서의 배 띄우기 등 평화 활동이 더욱 활발히 전개되어야 함에 다들 동의하였다.
둘째 날 일정이 아침 식사 후 오전 9시부터 시작하였다. 교동 망향대로 이동하여 각계 대표들이 평화선언문을 낭독하였다. 그리고 평화의 춤을 30분간 모두 함께 추며 평화를 염원하였다.
이렇게 1박 2일의 2023 한강하구중립수역평화축제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