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감 평통위 정책세미나 발제 : 평화 운동의 남측 입장 이해하기

by 방현섭 posted May 31, 202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기독교대한감리회 선교국 평화통일위원회 정책세미나 / 2023615()

 

 

평화 운동의 남측 입장 이해하기

 

발제 : 방현섭 목사 (좋은만남교회 / 평통위 서기)

 

 

1. 들어가며

본 발제자는 주한미군에 배속된 대한민국 육군 요원(KATUSA)도 복무하고 전역하였다. 미군 부대에서 생활하면서 군더더기 없이 잘 짜인 전문적 전술에 최신형 무기를 운용하며 합리적이고 자유롭지만 나름의 규율을 갖춘 내무 체계를 보면서 미군이 세계 최강이라는 현실을 부러워했다.

전역 후 27세라는 나이에 감리교신학대학교에 입학하였다. 당시 감신대는 민족자주(NL) 계열 총학생회가 주도하였고 나도 민족자주 계열의 학회에 가입하여 자연스럽게 한반도 현실에 대한 학습에 참여하였다. 학습을 통해 민족이라는 관점으로 한반도를 보게 되었고 한반도 분단이 우리의 의지가 아닌 강대국의 의지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부러워하였던 세계 최강 미국과 미군의 힘은 결국 약소국 착취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졸업 후 2000년부터 은평구에 있는 좋은만남교회에서 담임 목회를 하다가 200911월부터 대북인도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남북평화재단) 함께나누는세상의 사무국장을 겸임하게 되었다.

이 발제를 진행하기 전에 이런 나의 배경을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내가 평화에 대한 남측의 전체 입장을 대변할 수는 없으니 내가 참여하고 있는 대북인도지원 사업을 바탕으로 풀어가고자 한다.

 

2. 이명박 정부 시기(2008~2013)

민족 통일이라는 거창한 꿈을 꾸면서 함께나누는세상에 입사하였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20101월부터 본격적으로 북한 영유아를 위한 우유, 분유 지원사업을 시작하였지만, 그해 3월의 천안함 사태와 그에 따른 5.24조치로, 시작하자마자 대부분의 대북인도지원 사업이 중단되었다. 이명박 정부였는데 그나마 영유아와 취약계층 지원은 지속한다고 승인하여 총 34주에 걸쳐 매주 한 컨테이너 분량의 우유와 분유를 반출하였다. 그러나 11월에 북측의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남측 대북인도지원 단체들의 사업은 전면 중단되었고 우리 단체 역시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남한 단체들은 해외의 인도 지원단체를 통해 우회 지원을 하는 편법을 통해 명맥을 유지했다.

2011년 이후 몇 년간 북한이 홍수 피해를 크게 보았다. 보수적인 이명박 정권이었지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이하 북민협)가 설득, 남측 지원단체들이 협력하여 대규모로 밀가루 지원을 할 수 있었다. 이 시기에 대북 지원을 위한 문이 살짝 열렸고 사업의 결과 모니터링을 위해 방북 기회도 주어졌다. 이때는 인도 지원사업을 하기 위해서 북한에 큰 홍수가 나기를 기도해야 하는가?’라는 슬픈 농담을 하기도 했다.

 

3. 박근혜 정부(2013~2017)

박근혜 정부 초기는 이명박 정부의 기조를 이어받았다. 몇 단체들이 몇 차례 소규모 지원사업을 집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독일 드레스덴에서 한 한반도 통일구상 연설이 북측의 심기를 심각하게 자극하였고 남북 관계는 경색되었다. 물론 대북인도지원도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 실험과 도발을 이유로 20162월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하였다. 그러나 그해 태풍이 북측 두만강 유역을 강타하여 큰 피해를 입게 되자 최소한의 긴급 지원이 이루어졌다. 이 지원은 대부분 국제적십자사를 매개로 하여 추진되었다.

 

4. 문재인 정부(2017~2022)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남측 인도 지원단체는 많은 기대를 하였다. 무엇보다도 시행된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실질적 위력을 발휘하는 5.25조치를 해제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5.24조치 해제는 기대대로 되지는 않았다. 여전히 대북 지원은 해외 NGO를 끼고서만 가능하다. 그나마 기쁜 소식은 2018년 초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사절단이 방문하면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북민협을 중심으로 장애인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북한의 선수를 응원하기 위한 응원단을 구성하는 등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2018년 말에 꽤 많은 단체가 방북, 평양에서 사업 재개를 위한 실무 협의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이 중재한 북미 간 싱가포르 회담과 하노이 회담이라는 도박에 너무 많은 것을 걸었다.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동안 남측의 인도 지원단체들은 적극적으로 민간 차원의 교류 협력사업을 허가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선관후민 정책에 따라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은 다음에 교류하는 방식을 취했다. 결국 하노이 회담이 무위로 종료되자 최고 존엄에 대한 심각한 모멸감을 느낀 북측은 그 책임을 한국에게 전가하였고 개성공단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감행하며 남북 관계는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닥쳐온 코로나 팬데믹은 보건의료에 취약한 북한이 외부와의 통로를 완전히 차단하는 과격한 방식으로 이행하였고 인적 물적 자원의 통행이 전면 금지되는 시간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5. 윤석열 정부(2022~현재)

윤석열 정부 출범이 이제 갓 1년이 넘었다. 그렇기에 이렇다 할 만한 대북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미일 동맹을 강화한다며 1년 내내 북측이 극도로 반대하는 연합훈련을 이어오고 있으며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노동자들과 시민 사회 활동가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간첩질했다며 국가보안법을 앞세운 안보팔이를 하고 있다. 북측은 윤석열에 대해 인간 자체가 싫다라는 막말로 대응하며 남측과의 관계 개선은커녕 대면 자체를 격렬하게 거부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 자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중국 등 해외에 잔류한 북측 일꾼들은 승인되지 않은 남측 인원과 접촉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중국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기에 오랜만에 북한이 운영하는 식당에 가보고자 하였다. 그러나 현지인들이 말에 따르면 북한 식당이 남한인은 물론 외국 영주권을 가진 한국계의 출입도 거부하고 있다고 하여 결국 가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런 경색 국면은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아 전망이 어둡다.

 

6. 정리하며

지난 십여 년을 되돌아보면 한반도의 평화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남북 내부의 여건도 어렵지만 북한에 대한 서방의 제재도 여전히 강력하다.

문제는 민족의 관점이 아니라 정치의 관점으로 남북 관계를 다루다 보니 보수 정권이든 개혁(진보) 정권이든 남북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이고 영도자를 정점으로 하는 체제인 북한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름의 일정표를 가지고 일관되게 자기 길을 가지만, 헌법에 통일을 지향한다고 규정한 남한은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니 정책의 변동도 심하다. 게다가 남한은 고령사회로 접어들었고 출산율도 세계 최저 수준으로, 40년 후에는 42백만 명대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북한도 요즘 출산율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젊은 세대는 통일의 당위성은 물론이고 필요성도 별로 느끼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이 계속해서 뼈아프게 되새겨진다. 모처럼 온 계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한반도 문제를 너무 외세 의존적으로 풀고자 했던 것, 민간의 자율성을 믿고 같이 나갔어야 하는데 정부가 너무 앞장서 주도했던 것이 그렇다. 어렵게 남북 정상의 직통 통신라인까지 구축했다지만 한 번도 그걸 이용해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그래서 더 화가 치민다. 통일은 정치가 아니라 민생이고 생존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여전히 북한 문제에 대립각을 세우는 그룹이 교회, 특히 대형교회들이다. 그렇지만 대북 인도 지원의 최전선에서 가장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것도 교회이고 특히 대형교회들이다.

나는 평화를 너희에게 남겨 준다. 나는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너희에게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않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아라.”

요한복음 1427절의 예수님 말씀이다. 평화는 교회의 사명이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당분간은 남북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들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북측의 무력시위도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정부와 유엔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 없이는 여전히 결핍으로 시달리는 북한 동포들을 위해 민간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이 엄혹한 시기에 교회가 평화를 향한 최소한의 의식개선이라도 할 수 있다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첨부]

정부 및 민간차원 대북 지원 내역(1996~2021)

 

단위 : 억 원

00.jpg 01.jpg

 

출처 : 통일부 (내부 행정자료)

정부 : 수송비 및 부대 경비 포함, 민간: 수송비 및 부대 경비 미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