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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은 남과 북, 세계의 교회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평화통일남북공동기도주일(이하 평화통일주일)이다. 좋은만남교회는 해마다 이 주일을 지키고자 노력하였다. 가능하면 분단의 현장에 직접 찾아가 두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예배를 드리고자 하여 그동안 임진각, 옛 철원교회 터, 파주 통일동산, 김포 애기봉 등을 찾았다. 때로는 우리 교회 홀로, 때로는 비슷한 작은 교회 둘셋이 함께, 또 어떤 해에는 여러 교회가 함께 연합하는 규모 있는 예배로 드리는 다양한 기회가 있었다. 작은 교회이기에 적은 인원이 참여할 수밖에 없었지만 작다는 것이 오히려 쉽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었다.



올해는 강화의 남산교회(윤여군 목사)와 함께 평화통일주일 연합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감리회 선교국 평화통일위원회에서 같이 활동하게 된 계기로 이 예배를 제안하였고 남산교회가 흔쾌히 함께 하자고 동의하였다. 이날 오후에는 많은 교회들이 지역별로 다양하게 모여 평화통일주일 연합예배를 드리는데 좋은만남교회와 남산교회는 주일 오전 11시에 예배하기로 하였다.



아시다시피 요즘 날씨가 너무 무덥다. 애초에는 간화 교동의 망향단에서 예배를 드릴 예정이었으나 폭염 때문에 남산교회 예배당에서 먼저 예배를 드린 후 의미 있는 곳을 찾아 답사하기로 정하였다.



윤여군 목사의 사회와 에스겔서 37장 16~21절의 예배로의 부름으로 예배를 시작하였다. 감리회신앙고백을 교독함으로 신앙고백을 하였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이 함께 만든 공동기도문으로 기도하였다. 좋은만남교회 채보란 청년이 ‘그대 오르는 언덕’을 특송으로 불러준 후 방현섭 목사가 창세기 45장 1~5절의 성서 본문으로 “그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가!”라는 제목의 말씀을 전하였다.



조돈환 목사(하늘꿈교회 원로목사)가 북한 어린이 돕기를 위한 헌금의 축복과 민족의 화해를 간구하는 가슴 절절한 기도를 한 후 분단과 대결로 상처 받은 이 땅의 자녀들을 위한 화해자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파송사, 공동축도를 하고 예배를 마쳤다. 예배에는 남산교회 신종철 원로목사, 난정교회 이필완 원로목사, 기장교회 백영민 목사도 참석하였다.



예배 후 남산교회에서 정성껏 마련한 맛난 점심식사를 한 후 30분 남짓 강화 송해면 철산리의 평화전망도로 이동하였다. 윤여군 목사가 안내와 가이드를 해주었다. 평화전망대 건물 앞에 선 윤 목사는 이 전망대의 이름에 대해 먼저 설명해 주었다. 원래 평화전망대였으나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이름이 강화제적봉평화전망대로 바뀌었다고 한다. 제적은 적색을 제거한다, 즉 빨갱이를 없애버린다는 의미라며 과연 제적이라는 말과 평화라는 말이 함께 쓰일 수 있는지 물었다. 즉 적을 섬멸해야 평화롭게 된다는 폭력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이름이다. 상대를 섬멸하고 얻는 평화가 진정한 평화일까? 수구세력이 북한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평화를 어떻게 이루려는 지, 통일을 생각하는 방식이 어떤지를 느낄 수 있었다.



전망대 앞의 풍경을 본 교우가 ‘스위스의 목가적인 풍경이 느껴진다’고 말해 웃었다. 그 말에 담긴 의미가 복잡하다. 해설사가 설명해주는 눈앞의 땅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사실이건 아니건 북한에 대한 비아냥과 조롱이 담겨 있었다. 시대가 달라졌고 또 더 달라져야 함에도 여전히 이런 방식의 해설이 진행되는 것이 가슴 아팠다. 후에 윤 목사에게 ‘이 해설사를 아느냐, 이 사람의 원래 성향이 보수적이냐’고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 단지 매뉴얼대로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교우들은 수영을 해서도 건너갈 수 있을 만한 거리인데 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망대 안내전단에 북한 주류판매 코너가 있다는 내용을 보고 관심을 보였으나 실제로는 없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5.24조치 이후로 북한의 주류는 물론 북한산 농수산물이 남한에 수입금지 되었다. 그 많던 ‘무한리필’ 조개구이 가게들이 사라진 것도 이때부터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곧 그곳에 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간절하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였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구 강화다리와 이어지는 길목에 죽산 조봉암 선생 추모비가 있다. 윤여군 목사는 조봉암 선생이 강화 출신으로 강화의 3.1운동을 주도하고 밤마다 동지들과 조선독립의 당위성을 알리는 벽보를 붙이다가 일경에 체포돼 옥살이를 한 후 일본에 유학하기도 하고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하며 임시정부에서도 일을 하는 등 독립운동에 앞장 선 감리교회 신자였다고 설명하였다. 그는 해방 후 이승만 정부에서 초대 농림부 장관을 역임하여 남한의 토지개혁을 주도하였다. 북한이 무상몰수 무상분배의 다소 폭력적인 방식으로 토지개혁을 하였다면 조봉암이 주도한 토지개혁은 유상몰수 유상분배 방식이었다. 농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과 방식으로 분배하는 혁신적인 토지개혁은 아쉽게도 한국전쟁 이후 흐지부지 되었다. 그는 이승만의 독재에 맞서 진보당 창당을 추진, 제3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였고 이승만이 주도한 부정선거였음에도 500만표 이상을 득표하여 이승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 그러나 선거 패배 후 국가보안법 위반, 간첩으로 몰려 재판에서 사형을 언도 받고 4.19 혁명을 몇 달 앞둔 1959년 7월 31일에 전격 처형되었다. 조봉암은 서슬 퍼런 이승만이 북진통일, 멸공통일을 주장하던 시절에 이미 평화통일을 주장하였던 선구자였다. 그의 독립운동 경력이 명백함에도 아직 독립유공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였다는데 그 이유가 당시 150원이라는 큰 돈을 일제에 헌납하였다는 알 수 없는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추모비는 그의 뜻을 기리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노력해오다가 2001년에야 건립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평화통일주일의 특별하고 의미 있는 이벤트를 마쳤다. 바라기는 머지않은 미래에 평화통일공동기도주일이 아니라 평화통일감사주일을 지키게 되는 것이다. 오늘 비록 적은 무리들의 예배와 답사였지만 폭염보다 더 뜨거운 이 열망과 간구가 하늘 높은 곳까지 이르기를 빈다.



 



아래는 방현섭 목사의 설교 요약이다.



“73년이면 한 사람이 태어나 고희도 지나는 긴 시간이다. 그 긴 시간 동안 분단을 해결하지 못하고 대결에 몰두한 우리 자신도 참 어리석다. 자녀에게 유산으로 물려줄 것도 많은데 증오아 대결, 전쟁의 위기를 물려줄 것인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요셉의 이야기는 요셉의 성공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행간에 담긴 고통과 고난, 아픔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요셉은 그 고통 가운데 얼마나 형들을 증오하고 미워하며 현재의 처지에 절망하였겠는가? 그러나 그는 막상 형들을 만나서 용서하고 오히려 ‘걱정하지 말고 자책하지도 말라’고 위로하였다. 이 모든 일이 선택 받은 백성을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선택을 받는 사람은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사람이다.



형제자매간에 다툴 수도 있지만 그것은 모두를 안타깝게 하는 일이다. 형제자매 간의 다툼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화해한다. 그러나 남과 북은 너무 심하고 악랄하게 전쟁을 하였기 때문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73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전쟁통에 인민군에 의해 아버지를 잃었던 아이가 자라 진보적인 목사가 되었지만 북한을 용서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도 하나님의 용서를 받은 존재임을 깨닫고 북한을 용서하기로 하였고 통일운동에 앞장서는 목사가 되었다. 바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을 역임한 김상근 목사이다.



반면 넉넉하게 살던 삶이 전쟁으로 철저하게 망가져 온갖 고생을 다한 한 가족이 있다. 그들은 후에 남한에서 많은 목사를 배출하는 가문이 되었지만 여전히 북한 빨갱이로 인해 고생하였다며 증오하고 있다. 나의 집안 이야기이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증오를 요구하실까, 화해를 요구하실까? 이들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지만 이 질문이 기독교인인 우리들에게 던져질 때 그 무게는 전혀 다르다. 요셉의 이야기는 단순한 가족과 형제간의 화해이야기가 아니다. 솔로몬 시대에 다듬어졌지만 후에 북이스라엘과 남유다로 갈라져 반목하며 서로 죽고 죽일 때 이 이야기는 더욱 중요한 신앙적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수천 년이 지난 한반도에도 역시 이 이야기는 유효하다.



시편 133편은 성전에 예배하러 올라가는 사람이 ‘형제자매가 어울려 함께 사는 모습이 아름답고 즐겁다고 노래한다. 형제자매가 어울려 함께 사는 것은 성전을 올라가기 위한 조건이며 선전에 올라가는 사람이 받는 은혜이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5장 23~24절에서 제물을 드리려다 형제자매가 원한을 품은 것이 있거든 제물을 노두고 먼저 가서 화해한 후에 제물을 드리라고 가르치신다. 원한을 품고 또 원한을 품은 사람이 있다면 예배와 헌금, 헌신과 신앙은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시지 않는다. 또 북한에는 신구교 포함 4개의 교회, 2개의 사적지교회, 1개의 다목적 교회, 4개의 직장교회, 1개의 대학교회, 추진중단되었거나 추진중인 5개의 교회, 그리고 500여개의 승인된 가정교회가 있는 우리의 형제자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막힌 담을 허시고 화히하게 하시는 성령의 바람이 불 수 있도록 기도하고 헌신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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