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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산길을 걷는 동지가 아니라 목회와 인생을 나눌 동지를 찾고 싶다.



 



안성에서 오후 1시에 출발하여 열심히 영광까지 달려왔다. 영광에서 전주콩나물해장국을 먹고 잠자리를 찾아 둘러보았지만 내가 원하는 찜질방은 없다. 그냥 장급 여관에 들어갈까 고민하다가 주민에게 물어보니 법성에 가야 한다고 알려준다. 법성에 가기에는 방향이 달라 잠시 고민하다가 큰 맘 먹고 함평으로 가기로 했다. 그때가 이미 깜깜해진 밤 9시이다.



 



열심히 함평으로 달려왔건만 함평도 그저 작은 군소재지 일뿐 내가 원하는 것은 없다. 우울해진다. 서울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없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내가 잘못이다. 그만큼 서울 중심으로 한국사회는 흘러왔다는 증거이다. 다시 큰맘 먹고 목포로 갔다. 11시가 다 돼서 목포에 들어와 원하는 찜질방을 찾았다. 그리고 잠시 하루 긴 여행에 피곤한 육신을 뜨거운 물에 담가본다.



 



아침에 일어나 목포시를 둘러본다. 목포에 왔으니 명물 유달산자락을 향해 달려본다. 항구도시의 멋이 느껴진다. 오늘은 해남의 봄길교회 장균 목사 집에서 묵기로 하였으나 장균 목사가 체육대회 연습으로 목포에 나온다고 한다. 나는 오후에 해남을 향해 움직였다. 해남에 있는 한 절과 그 산을 둘러보기로 한 것이다. 작년 5월 연휴에 야외예배를 해남으로 왔다가 달마산 미황사를 들른 적이 있다. 절이 운치가 있었던 기억이 있어 그 절에 운동 삼아 올라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대로에서 올라가는 입구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미황사 길을 올라간다. 그냥 올라가면 운동이 안 될 것 같아서 무거운 배낭을 지고 가기로 하였다. 입구에서 봄길교회는 보일 정도로 가깝다. 그러나 굳이 짐을 지고 가기로 결정하였지만 이내 후회한다. 그러나 이미 온 길이 길어 되돌아갈 마음을 품지 못하고 낑낑대며 올라간다. 한참 만에 미황사 입구에 도달했다.



 



한 켠에 보니 등산로 안내가 있다. 1Km만 가면 달마봉이라기에 욕심을 내 본다. 그러나 어깨에 멘 짐이 점점 무겁게 느껴진다. 가다 쉬다를 반복하다가 500m 정도 올라와서 마음의 변덕을 경험한다. ‘더 올라갈까, 여기서 포기하면 안 돼, 이것이 네 인생의 축소판이야.’ 그러나 올라가는 길의 가파른 모양새를 보고는 결국 마음을 바꾸었다. 내일 짐을 내려놓고 맨 몸으로 올라오기로 결심한다.



 



올라가는 길, 내려가는 길에 많은 생각을 한다. 결국 내 자신의 한계를 느낀다. 어깨에 멘 짐도 여러 가지 인생의 짐을 생각하게 한다. 홀로 도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새삼스레 느낀다. 어깨에 멘 짐을 내려 놓는다면 그보다는 더 올라갈 자신이 있다. 그리고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동행을 했더라면 아마 중도에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역시 누군가 함께 이 길을 갈 사람을 그리워하는 내 자신을 본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꼭 찾고 싶다는 바램이 생긴다. 단순하게 산길을 걷는 동지가 아니라 목회와 인생을 나눌 동지를 말이다.



  



산을 유독 좋아하는 선배 목사님이 있다.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분이시다. 그분의 마음을 아주 쬐끔이나마 알 것 같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나를 믿고 그동안 따라 주었던 분들에 대한 새삼스러운 감사의 마음도 든다. 나는 아직도 더 많은 수련이 필요하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 산에 오르면 겸손해진다는 말이 그 말인가 보다고 어렴풋이 생각한다.



 



내려오는 길에 장균 목사에게 전화가 왔다. 오토바이를 타고 나를 마중 나온 장균 목사가 반가운 얼굴로 맞이해주어 나도 기분이 좋다. 장균 목사와 나눌 이야기들이 기대 된다. 작은 교회, 아직 자립하지 못한 교회, 그러나 성실하고 상식적인 고백으로 목회하는 목사가 담임하는 교회, 봄길교회로 온 몸이 젖은 상태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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