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24일) 저녁 7시, 종로5가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국가보안법피해자들을위한기독교대책위원회가 주최하는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을 위한 금요기도회’가 열려서 다녀왔습니다. 제가 집행위원장을 맡은 감리교시국대책연석회의에서 기도 순서를 맡았는데 제가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에 자발적으로 참석해야 하는데, 요즘 바쁜 일이 많다 보니 맡겨진 순서라도 거절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대책위의 위원장을 맡은 NCCK 인권센터 소장 황인근 목사님(문수산성교회)은 신학대학 시절부터 동지로 지낸 존경하는 분이기에 조금이라도 힘이 돼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이 기도회는 사순절을 집중행동 기간으로 정하고 매주 금요일 저녁에 일곱 번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 인도 : 손은정 목사(NCCK인권센터 이사)
▲ 증언 1 : 정대일 선교사(한국기독교장로회, 통일시대연구원)
30여 명이 참석한 기도회는 NCCK인권센터 이사인 손은정 목사님의 인도로 시작되었습니다. 최근 국보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었던 한국기독교장로회 정대일 사회선교사님이 첫 번째 증언을 하였습니다. 정 선교사님은 “3년 전 이 자리에서 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출범을 했다.”라고 입을 여셨습니다. 이어서 “종교와 사상의 대화, 기독교와 마르크스주의와의 대화는 오랜 세계교회협의회의 주제였다. 인터넷 신문인 에큐메니안에 100회에 걸쳐 매주 기독교와 주체사상에 관한 글을 연재했었는데 국정원은 그걸 지금 국보법 7조 찬양·고무 협의로 엮고 있다. 문익환 목사님이 찬양·고무 많이 하라고 주장하셨다. 반세기도 넘게 남과 북으로 분단됐으니 고무·찬양해도 만날까말까 하는데 안 하면 어떡하냐는 것이다. 회합·통신도 해야 한다. 시편은 ‘형제자매가 어울려서 함께 사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고!’라고 노래한다. 편의 제공도 그렇다. 남과 북은 서로 안부 묻고 도와주고 만나야 한다. 갈라디아서 5장 20절은 바울이 미움, 다툼, 시기, 질투를 육체의 행실로 규정하고 곧이어 성령의 9가지 열매를 언급한다. 이중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을 금할 법이 없다고 했는데 국보법이 이걸 금하고 있다. 왜 평화롭게 지내려는 걸 훼방하는가? 성령을 훼방하는 죄는 용서받지 못한다. 한국교회가 지남 70여 년 동안 성령을 훼방하는 죄를 지어왔다. 이제 돌이켜 사랑과 평화의 복음을 이루는 교회가 되길 바란다. 사회적으로는 잘못 됐을지 모르지만, 하나님 보시기에는 잘하는 일이다. 분명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고 따뜻이 맞아주실 것이다.”라고 증언했습니다.
이어서 최근 소위 창원 간첩단 혐의로 구속된 김은호 님의 아내께서 두 번째 증언을 해주셨습니다.
부인은 “압수수색이 너무 많이 벌어져서 이 세상에는 압수수색을 당한 사람과 안 당한 사람의 두 부류로 나누어지는 것 같다.”라고 말문을 뗐습니다. 김은호 님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딱 110일이 되었습니다. 이후 체포되어 20일간 국정원 조사를 받고 구치소로 이감되었는데 조사일이 무려 50일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김은호 님은 진술거부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접견하러 갔다가 국정원에 의해 남편이 사지가 들려서 개처럼 끌려가는 걸 보고 분노했고 압수수색 후 온 언론에 피의사실 유포돼 이미 간첩과 간첩의 아내가 돼버렸다는 사실에 분노했다고 합니다. 함께 구속된 다른 분들은 주거지가 창원인데 서울에서 조사받아 가족들이 오가기가 너무 힘들어한다는 하소연도 하였습니다. 그는 “이전엔 검찰에 대한 믿음이 있었는데 내가 당하고 보니 법이 사회적 약속이 아니라 배우고 가진자들의 칼이었다. 영혼 없이 상부의 지시만 따르는 꼭두각시 같은 느낌이었고 언론도 압수수색영장을 입수해 보고 베끼어 쓴 듯하다.”라고 말하였습니다. 현재 국보법으로 총 6명이 구속되었고 5명이 곧 구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아내분은 끝으로 “이렇게 끝날지 더 커질지 모르겠다. 올해 말로 종료되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조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구속자 가족들이 모였지만 누구도 지치지 않았고 안에 들어가 계신 분들이 힘내시도록 끝까지 함께 싸우자고 서로 격려하였다.”라고 맺었습니다.
▲ 기도 : 방현섭 목사(좋은만남교회, 감리교시국대책연석회의 집행위원장)
두 번째 증언 후 감리교시국대책연석회의 집행위원장 방현섭 목사님(좋은만남교회)이 “국가보안법이라는 그럴듯한 허울에 가려진 진실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고 권력에 대한 탐욕과 독점욕, 약자들에게 대한 무자비, 권세가 영원하리라는 교만과 착각입니다. 이 악법이 75년 동안 정의와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을 희생제물로 삼았고 감옥에 구속하였으며 압수수색과 연좌제로 가족과 동지들을 괴롭혔습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이라는 악한 무기에 의지하였던 세력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았고 하나님의 백성에 의해 축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망령이 다시 살아나 우리를 또다시 어둠으로 몰아넣고자 합니다. 하나님 우리를 굽어살펴 주시고 우리에게 굽히지 않을 힘과 용기를 주십시오. 무엇보다도 지금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고 탄압받는 이들을 기억하시고 그들과 가족, 동지들을 위로하여 주십시오. 특히 창원 간첩단 조작 사건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정유진 님이 26일째 단식 중입니다. 이 여인에게 꺾이지 않을 강철같은 신심을 주시고 하나님의 위로를 더하여 주십시오.”라고 기도했습니다.
▲ 하늘뜻펴기 : 이성환 목사(하늘품교회)
하늘품교회 이성환 목사님이 누가복음 10장 25~37절 말씀으로 ‘선한 사마리아인의 형용모순’이라는 제목의 하늘뜻펴기를 하였습니다. 이 목사님은 전에 세계교회협의회 ‘폭력 극복을 위한 10년’에서 발표한 국보법 상징물로 철창살을 만들었었는데 지금 보니 피가 흐르는 양날 칼인 것 같다고 말씀을 시작하였습니다. 20년 전에 인권주권 시대로 가기 위해 국보법이라는 칼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내자고 했었는데 지금 오히려 칼춤을 추고 있다고 한탄하였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비유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이라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형용모순이며 예수님이 찬양·고무를 하는 것이다. 유대인으로 할 수 없는 금기의 장벽을 허무신 분으로 일제강점기였다면 불령선인, 해방 이후라면 좌경용공 무정부주의자로 불렸을 것이다. 국보법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지금 예수가 온다면 뭐라고 하셨을까? 당장 국보법 피해자들의 가족, 단체를 찾았을 것이다. 국보법을 버젓이 위반하지 않았을까? 반국가단체 조직, 통신, 회합, 고무, 찬양하지 않으셨을까? 우리는 평화의 시대를 경험했다. 평화의 시대가 오면 국보법은 작은 걸림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국보법과 분단체제에 기생하여 자신의 이익을 확고히 하기 위한 세력에 의해서 비상식적인 공안 탄압의 안개 속에 있지만, 이것은 평화를 구하는 햇살에 순식간에 가뭇없이 걷힐 안개와 같은 것이다. 평화의 씨를 뿌리고 공존과 상생, 통일의 단을 거두는 역사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라고 말씀을 마쳤습니다.
▲ 증언 3 : 박선아 대외협력국장(전국농민회총연맹)
세 번째 증언자는 정권위기국면 전환용 공안탄압저지 국가보안법페지 대책위원회 박선아 님(전국농민회총연맹 대외협력국장)입니다. 박 국장님은 최근 전농 사무총장님이 공항에서 갑자기 긴급체포되었다는 말로 증언을 시작하였습니다. 평생 농민은동에 헌신하신 연로하신 분들이 많이 놀라셨을 것이라며 진보활동가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비판하였습니다. 현재 창원 2명, 진주 2명, 서울 1명, 제주 2명, 민주노총 경남 사무실과 자택이 압수수색을 당하였는데 이중에는 노모와 아이가 있는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병약하신 어머니가 놀라셨을까 걱정하여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묵살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하였습니다. 이어서 “3월 8일에 원로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대책위를 발족할 예정이다. 영문도 이유도 모른 체포이지만 언론에서 연일 간첩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양곡관리법이 필요한 이유를 강연하고 빼곡한 강연 일정을 다 공개하고 다니는 사람인데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구속하려고 한다. 지금 증거라고 꺼내는게 다 5~6년 전 혐의인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은 두고 보기만 했는가? 함께 힘 모아서 싸워 나가겠다.”라고 증언을 마쳤습니다.
▲ 증언 4 : 조헌정 목사(대책위 공동대표)
끝으로 대책위 공동대표 조헌정 목사님(예수살기)은 “국보법 피해자와 가정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픈 자가 기대는 것은 하늘인데 이들이 목회자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인원이 적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바로 이 자리에서 60년대에 저항을 시작했다. 국보법은 권력이 군대 검찰 등 모든 하수인을 총동원해서 국가를 망하게 하는 법이다. 최고 자살율, 최저 출산율을 보면 반 생명의 기운이 이 강토를 짓누르고 있다. 우리가 힘 모아 이 죽음의 세력을 몰아내자.”고 증언했습니다.
▲ 축도 : 이천우 목사(목정평 상임의장)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의장 이천우 목사님이 축도함으로 기도회를 마쳤습니다.
국가보안법피해자들을위한기독교대책위원회 사순절 기간인 4월 7일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금요기도회를 지속합니다.
또 국보법 피해지원 헌금 모금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모금계좌 : 토스 1000-2120-8342 김민아)
▲ 황인근 목사(대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