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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의 동역자들, 이런 천사 같은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십 년을 한 교회에서 목회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임은 분명하다. 교인 수도 많지 않으니 일에 치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가한 것도 아니었다. 교인이 적은 대신 거의 모든 일을 내 스스로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지치기도 했고 또 꾀도 났다. 그래서 좀 건방진 이야기이긴 하지만 나도 안식년 휴가를 받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다행히 마음씨 좋은 교인들은 기꺼이 동의해 주었다. 그렇게 안식년 휴가를 받아 놨다. 이제 바쁜 여름철이 지나면 어디론가 나설 수 있겠다. 희망에 겨운 꿈을 꾸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일주를 한 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구상을 하기 시작했다.


 


 


오토바이를 타는 목사?!


뭔가 그림이 어색하다. 그렇지만 더 나이 먹기 전에 도전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오토바이를 타게 계기는 지방의 교역자들이 제공했다. 어느 날 출신교회인 은현교회에 들렀는데 부목사님이 50cc 스쿠터를 보여주었다. 부교역자들이 가까운 곳에 업무 보러 다닐 때 타고 다니려고 스쿠터를 구입해서 수리까지 해놨는데 막상 탈 일이 별로 없다며 10만원에 판다고 했다. 마침 우리 동네는 교통이 좋지 않아서 그 스쿠터를 덥석 끌고 왔다. 한동안 동네 구석구석을 잘 타고 다녔다. 교회 행사를 안내하는 전단지 붙이러 다니는데도 아주 유용했다.


그런데 어느 날 동료 목회자의 결혼식에 다녀왔더니 집 앞에 세워 두었던 스쿠터가 사라졌다. 아뿔싸! 항상 집 안에 들여 놓았는데 그날은 시간이 쫓기다가 들여놓는 것을 깜빡했는데 그 기회를 도둑님이 놓치지 않은 것이다. 유용하게 잘 쓰던 스쿠터가 없어지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며칠을 끙끙 앓다가 배기량이 좀 더 성능이 좋은 스쿠터를 구입했다. 그런데 경차 타면 또 소형차로 옮겨가고 싶다고, 몇 번 기기변경을 하다가 안식년 전국여행을 핑계로 125cc까지 오게 된 것이다(이 글을 정리하는 지금은 욕심이 커져서 650cc까지 오게 됐다.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참 명차인 효성 트로이 125! 이제 안식년 전국투어 준비는 다 끝났다!


 


 


이렇게 나선 나의 안식년 휴가여행은 제일 첫 방문지로 김포, 강화도를 찾았다.


김포, 강화도에는 천사가 산다. 나의 가까운 사람들, 강화도 금성교회 김영곤 목사와 김포 애양교회 최호병 목사이다. 동의할지 아니면 비웃을지 몰라도 나에게 있어서 이 두 사람은 천사이다.


 


 


이 둘은 우리 좋은만남교회 예배당 공사에도 주도적으로 함께 하였다. 최호병 목사는 집짓고 수리하는 건축전문가이다. 그래서 공사를 하기 위해 집을 비우기 일쑤이다. 다행히 이 날은 모처럼 쉬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도 사흘 동안 인천의 한 교회에 가서 방수공사를 하고 왔단다. 최호병 목사가 천사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는 언제 어디라도 그를 부르면 기꺼이 달려간다. 예배당을 수리하고 목사 사택을 보수하는 일, 예배당 리모델링공사도 하고 연전에 강원도에 큰 물난리가 났을 때는 감리교회 웨슬리봉사단으로 참여하여 완전히 박살난 집을 새롭게 지어주는 일에도 참여하였다. 어떤 공사는 한 달이 걸리기도 한다. 물론 어려운 형편의 교우들, 이웃들을 위해서도 기꺼이 팔을 걷어붙인다.


 


 


우리교회 공사 같은 경우는 석 달 이상 계속되었었다. 그가 그처럼 시간과 공을 들여 공사를 해주지만 큰 돈을 버는 것 같지는 않다. 우리교회도 사례를 많이 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기쁘게 일한다. 그에게 집짓고 수리하는 기술은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다. 대학시절부터 소위 노가다 아르바이트로 다져진 실력이 건축일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 뺨친다. 일이 몸에 배서 그런지 끙끙대며 미련하게 일하지도 않고 일이 힘들다고 불평하는 걸 한 마디도 들어본 적이 없다. 항상 웃으면서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그는 내 눈에는 분명 천사다.


 


 


또 한 천사는 김영곤 목사이다. 그는 요즘의 기준으로 보면 무능력한 목사이다. 솔직히 목회를 왜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목회를 잘 하지는 못한다. 전도도 못하고 설교도 한두 번 들어봤는데 별로다, 외모도 40대 초반인데 벌써 정수리가 훤히 드러나는 반 대머리다. 그러나 내 눈에는 그가 진짜 목사로 보인다. 입술에 기름을 바른 듯 설교도 매끄럽게 잘하고 깔끔한 외모에 전도도 잘하고 사람들과 친화력도 있으며 자동차도 크고 멋진 차를 타고 다니는 CEO 타입의 목사가 훌륭한 목사로 인식되는 것이 요즘의 세태다.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그는 목사 축에도 못 낀다.


 


 


그러나 김 목사를 만난 사람들은 모두다 그의 너그러움과 부드러움, 섬세한 배려에 감동한다. 후배인 내가 까불고 놀려도 화 한 번 내는 것 못 봤다. 그리고는 여유 있는 멘트로 마음의 따스함을 표현한다. 그에게 짜증을 부리고 어떤 일로 흥분하면 너 요즘 많이 힘든가보구나. 한번 우리 집에 와라고 말한다. 그의 집에 가서 그와 마주 않으면 고향에 온 것 같다고 표현하는 이들을 많이 봤다. 그의 집에 앉았다 일어나는 두어 시간이 모든 상처가 치유되는 회복의 시간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어떤 이는 목회자의 목회자라고 불리는 외국의 어떤 목사 이름을 대면서 김영곤 목사를 그 외국 목사에 비교한다. 목회활동으로 지친 목사들을 너그럽고 부드럽게 품어준다는 말이다. 그의 집을 떠날 때는 온갖 잡동사니들을 건네준다. 대부분 그가 사들인 소소한 소품들, 혹은 직접 만든 자작 제품들이다. 나도 이번에 그의 집에서 자고 나올 때 그가 이런저런 부품들을 사들여 만든 오토바이용 GPS를 받아갖고 나왔다. 작동은 되다 안 되다 하지만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길을 나서는 후배가 안스러웠던가 보다. 그렇게 그 마음이 항상 따뜻하고 고맙다. 이런 목사가 무능한 목사로 치부되는 현실이 내게는 비정상 같이 보인다.


객쩍은 농담이 아니라 내 생각에는 김영곤 목사나 최호병 목사 같은 사람이 감리교회의 감독이 되면 좋겠다. 감독이라는 직책이 물론 행정직이기는 하지만 또한 명예직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 감리교회의 감독이 되겠다고 나서는 분들의 면면을 살펴볼 때, 외람된 말이지만 매우 실망스럽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쓰고 상대방 후보를 비방하는 일도 흔하다. 매끈하고 반들반들하지만 존경심이 들지는 않는다. 그저 처세와 경영을 잘하는 CEO 정도로밖에 안 보인다. 물론 나의 사람 보는 눈이 시덥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그러나 교회가 기업이 아니라면 교회를 대표하는 분은 CEO가 아닌 예수를 닮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사 같은 사람, 회장 같은 목사가 아니라 자상한 옆집 아저씨 같은 목사가 교회 지도자가 된다면 아마도 교회를 향한 세상 사람들의 눈초리를 달라졌을 것이다. 그럴 일이야 전혀 없을 것 같지만 혹여라도 이 두 사람이 감독에 출마한다면 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표를 그들에게 줄 것이다.


 


 


목회 십년을 정리하면서 나선 27일의 안식년 휴가 한 달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떤 목회를 할 것인지 고민꺼리를 안고 출발한 여행길이라 마음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지만 이런 천사 같은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이렇게 좋은 천사들을 나의 친구요, 형으로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이들에 비하면 악마 같은, 이기적이고 잘난 척하며 성질도 못돼먹은 나를 항상 따뜻하게 용납해주고 힘도 솟게 해주는 두 천사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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