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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이 저물어가는 12월 27일(화) 오후 7시,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출범식 및 세미나가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렸다.

NCCK인권센터 소장 황인근 목사의 사회로 시작한 1부 출범식은 인사말, 피해당사자 발언, 연대 발언, 입장문 낭독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대책위 공동대표인 조헌정 목사(6.15남측위원회 서울본부 상임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높고 앞으로도 계속 1위를 차지할 것 같은 한국 자살률의 원인이 분단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인사말을 시작했다. 동포인 북한을 때려잡자는 생명 경시 풍조가 자살률 세계 최고의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장 강하게 작동하는 것이 바로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이기에 국보법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인사말을 마쳤다.

얼마 전 국보법 7조 1항 등의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하고 긴급체포 되었다가 석방된 정대일 전도사(기장총회 생명선교연대 평화통일위원장)가 당사자 발언을 하였다. 정 전도사는 북한의 주체사상 등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에 수집한 김일성 회고록 등 자료들이 국보법 위반 혐의의 이유라며 연구를 위한 자료와 북한선교를 위해 주체사상 이해를 돕는 목적으로 만든 ‘백문백답’을 이적표현물로 둔갑시킨 국보법을 규탄하였다. 정 전도사는 안보수사대에 체포됐었고 지금은 송치 단계이다. 그는 정권이 개인적 사건을 진보 단체와 정당을 엮어 조직 사건을 키우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초에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 “현재 정국이 경제와 민생 위기를 안보 위기로 덮으려는 검찰파쑈, 독재”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조작 간첩단 사건, 빨갱이 동조 사건으로 몰아 국보법으로 탄압할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끝으로 “전 국민이 다 국보법 희생자이다. 혐오와 고립을 넘는 것은 연대의 힘이다. 대책위 출범을 축하한다.”라며 발언을 정리했다.

첫 번째 연대 발언은 김재하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공동대표가 하였다. 그는 자신이 있는 진보연대 사무실이 정대일 전도사 관련 압수수색이 있었던 건물과 같은 건물이라 살짝 긴장했다는 가벼운 농담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압수수색과 관련하여 벌어진 해프닝을 소개하며 검열이란 게 따로 없다. 분단체제를 지지하는 국보법이 모두에게 자기검열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국보법 위헌소송 결과가 1~2월에 나올 듯한데, 헌재가 아주 조금, 1밀리미터라도 움직일 수 있게 함께 노력하자. 절대 바뀔 것 같지 않은 국보법이 바뀐다면 사회 전체를 바꾸는 일이 될 것이다.”라고 당부했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가 두 번째 연대 발언을 이었다. 한 공동대표는 악법 중 악법이 국보법이라고 운을 떼고 그 이유를 국보법이 반민족 반민주 반민중적 반인권적 법이며 가진 자는 국민의 이름으로 권력을 독점하고 낮은 자들은 희생자가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보법이 가장 심각한 것은 일반 형법이 행위와 사건으로 수사를 하나 국보법은 수사를 먼저 기획해서 행위와 사건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보법의 언어가 일본 형법전의 언어들을 그대로 차용하였으며 국가가 마름만 먹으면 국보법으로 누구든지 배제할 수 있는 권력과 통치 지배를 위한 법이지 민주 질서와 안보를 지키기 위한 법이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보법을 애매모호한 조항들로 가득 채워 국가권력이 전횡할 여지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국보법의 본질은 오남용이기에 이 시대에 존재할 가치와 명분이 없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원한다면 독립적 인격을 말살하는 국보법 폐지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민주적 존엄성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거부해야 한다. 헌재의 판결로 새로운 전선을 형성하여 국민이 국가의 주체임을 보여야 한다.”라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어 입장문 낭독을 하였다.(하단 입장문 전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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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세미나가 김민아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이어졌다.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 겸 통일위원장이 ‘국가보안법과 현 정세’라는 주제의 첫 번째 발제를 시작했다. 아래는 발제의 요약이다.

국보법이 인혁당 관련자나 진보적 지식인 등과만 관련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사람들에게도 해당된다. IMF 이후 자본이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하고 비정규직으로 만들 수 있는 법을 만들려고 현대자동차 노조의 투쟁을 막았다. 노조의 투쟁이 시작되자 간첩단 사건이 터졌다. 결국 패배하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이 들어왔다. 사회 정세와 흐름이 바뀌는 전환기에 권력은 항상 국보법으로 노동자를 탄압한다. 지금도 바로 그런 전환의 시대이다. 윤석열 정권은 무수한 정리해고, 금리인상으로 공기업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노조는 노동자의 유일한 의사 표현 통로이다. 화물연대 파업에서 윤석열 정권이 노동자를 때려잡아 지지도가 올라갔다. 빨갱이가 될 각오가 있어야 노조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다. 수준 높은 복지로 잘 알려진 북유럽국가들은 노조 조직률이 매우 높다. 그런데 한국은 전체 노동자의 7%가 가입한 민주노총에 빨갱이 굴레를 씌운다. 북한 노동자와 함께했던 8.15 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이 북한 직총의 연대사를 낭독한 것을 북한의 지령을 받은 것으로 몰아가며 국보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보법 폐지를 주장했더니 진보 진영의 어떤 유명인은 ‘국보법은 사문화됐으니 굳이 말을 꺼내 분란을 초래할 필요가 없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권은 영원하지 않다. 아이들이 일베 안 되고 사람답게 살고 혐오하지 않게 하려면 국보법이 없어져야 한다. 적을 때려죽여도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맞나? 모든 이들의 삶과 생각에 족쇄를 채우는 국보법, 통일과 평화를 가로막는 국보법, 노동자의 권리를 부정하는 국보법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두 번째로 장경욱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가보안법폐지TF 단장)가 ‘국가보안법 위헌 심판의 쟁점’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아래는 발제의 요약이다.

국보법 위헌 심판이 계속 기각 각하되고 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위헌소송에 이름을 올리는 분이 있다. 억울하고 용납할 수 없어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다. 계속 싸우고 유엔에 소송해서 노력해야 쟁점화된다. 사회적 기준으로 본다면 이분은 제정신이 아닌 또라이이지만 이런 분들로 인해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게 된다. 국보법은 주한미군 철수와 함께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이다. 사문화 주장이 있고 오남용의 폭이 좁아졌다, 꼭 처벌받아야 할 사람에게만 국보법이 적용된다는 논리가 많아졌다. 꼭 맞는 말은 아니지만, 꾸준히 싸워온 결과인 것은 분명하다. 인간의 생각은 교환돼야 하고 소통돼야 하는데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감옥에 처넣는 것이 옳은가? 민주주의 공동체 구성을 위해 다른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 분단체제 아래서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과연 그렇게 위험할까? 국보법은 가정적, 자의적, 간접적으로 판단하는 것일 뿐이다. 수량적 국보법 폐지 운동이 아니라 단 한 명이라도 오남용 피해자가 나온다면 반대해야 할 것이고 신앙인이 국보법의 위협과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중요한 존재이다.

마지막 발제는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의 ‘그리스도교 신앙으로 바라보는 국가보안법’이었다. 그는 “발제를 준비하느라 자료를 찾아보는데 개신교계 안에 국보법과 관련한 신학적 논거가 거의 없어서 많이 놀랐다. 현장에서는 바쁘게 뛰고 있지만 신학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을 보여준다.”라는 말로 발제를 시작하였다. 아래는 최 목사 발제의 요약이다.

국보법은 이념이 다른 대상을 악마화하여 증오를 부추기는 반인륜적 악법이다. 신학적 논거로서 보편적 인권의 기반은 하나님의 형상이다. 예수님은 다양한 방법으로 영혼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다는 것은 인권과 내면의 자유가 제도에 의해 유린당할 수 없다는 것. 그리스도 안에서 어떤 차별도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논거이다. 인간의 삶에 앞서는 국가의 안보에 대해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국가권력이 절대적인가? 인간의 기본권은 국가 이전에 하나님께 받았다. 상대적인 것을 절대화하는 것이 우상숭배라고 규정하는 것이 기독교이다. 국가권력이 절대화될 수 없다. 출애굽 사건은 제국 국가권력의 횡포에 맞선 약소 민족, 민중의 역사이다. 성서는 인간 권리의 통제가 아니라 자유를 보장하는 근거이다. 신의 주권은 권력의 후광이 아니라 오히려 제한이고 성서의 기본개념이다. 국가권력의 등장과 함께 예언자들이 등장하여 인권 유린을 비판하였다. 예레미야는 정의를 상실한 국가가 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종말론적 비전인 새 하늘 새 땅의 소망을 제시하였다. 로마서 13장의 권위에 대한 복종은 국가권력의 절대화는 거절하고 공공질서에 대한 긍정은 수용하자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요즘이 추세이다. 그리스도인은 어떤 권력에 복종하고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하는 존재이다. 국가는 공동선에 이바지하여 하나님의 정의를 옹호할 때만 인정된다. 국보법을 존치하면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체성의 기반을 흔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미나를 마치며 사회자가 발제자들에게 기독교대책위에 바라는 것을 말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세 명의 발제자는 “민주노총은 조직된 힘으로 투쟁할 때 사회를 변하게 할 수 있다. 기독교단체의 관심 자체가 큰 힘이 된다. 종교인들이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 부당한 권력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내달라.”, “국보법 폐지 운동에 나설 수 있는 신앙적 근거를 밝히고 설득할 수 있기를, 십자가를 통해 국보법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내기를 바란다.”, “큰 충격을 받았다. 민중신학 원고 청탁을 받았는데 주제를 바꿔서 국보법 문제로 평화에 접근하는 글을 쓰겠다.”라고 의사를 밝혔다.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는 이재호, 정태효, 조헌정, 진광수가 공동대표를 맡고 가온교회, 감리교시국대책연석회의, 강남향린교회,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광야에서,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기장생명선교연대, 기장총회교회와사회위원회, 무등교회, 문수산성교회, 송현샘교회, 예수살기,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정의평화기독인연대, 촛불교회, 한빛교회, 희망교회, 향린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가 회원으로 참여하였다.

 [입장문] 모든 이들이 존엄하게 사는 것이 정의입니다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한 추운 겨울에 우리는 더 참혹한 현실의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10.29이태원 참사 앞에 정부가 보였던 무책임하고 불의한 행태, 21세기에 벌어진 강제노역을 명령하는 초법적 업무개시명령, 국민의 알 권리를 막아서고 제멋대로 언론을 조정하려는 반시대적
행태 등 오늘 한국사회가 직면한 현실은 큰 위기입니다. 이 암울한 시기에 더욱 우리를 참담하게 하는 것은 망령처럼 살아나 다시 사람을 옥죄고 암울한 시대로 회귀하려는 국가보안법이 활개 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앙의 오랜 질문과 궁극의 답은, 모든 이들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존엄하게 사는 일입니다. 모든 법과 제도의 궁극은 인류의 존엄함이 지켜지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특히 성경은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일을 용납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복음서에는 악한 권력을 빗댄 귀신 이야기(막 9:25)가 나옵니다. 사람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귀신을 두고 ‘말 못하게 하고 못 듣게 하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일러주십니다. ‘말 못하게 하고 못 듣게 하는’것은 악한 권력의 속성입니다. 그리고 악한 것은 반드시 망하고 맙니다. 

국가보안법이 꼭 그렇습니다. 국민이 말 못하게 하고 못 듣게 합니다. 국가의 안전을 지킨다고 선전하지 만 우리는 지난 70여 년간 이 법이 어떻게 악하게 사용되었는지 참혹하게 경험했습니다. 사람의 안전이 아니라 소수 악한 권력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온 국민의 삶을 검열하며 자유와 존엄을 훼손하 였습니다. 지금도 민주 사회를 만드는데 큰 벽이 되고 있습니다. 몇 장 되지 않는 해묵은 악법으로 ‘국가’의 안전을 지키려 든다니 이것이야말로 시대의 비극입니다. 

또 다시 이 시대착오적인 국가보안법이 활개 치며 사람의 생각과 양심을 재단하려 들고, 여러 피해자들 을 만들고 있으니 우리는 이 정부가 어떤 불온한 의도를 갖고 있는지 심히 우려합니다. 아직도 갈라치기와 혐오조장으로 사람을 압제하려는 헛된 망상을 내려놓으십시오. 악법으로 사람을 겁박하려는 헛된 시도를 멈추십시오. 독재정권에 맞섰고 폭력정치를 몰아낸 역사가운데 노동자, 농민, 상인, 학생, 교수, 예술인, 종교인 등이 있어 왔습니다. 사람이 국가의 주인이고, 모든 법과 제도는 국민의 안녕과 존엄을 지키는 방편임을 명심하십시오. 여기 모인 신앙인들 역시 결연하게 맞설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일러 주신 생명의 존엄을 반드시 지켜낼 것입니다. 

다음과 같이 강력히 전합니다. 

1. 정부는 소수의 권력자들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복무하고 자유와 정의의 가치를 지키십시오. 국민이 뽑아준 행정부답게 국민을 섬기고, 피와 땀으로 일궈낸 자유와 정의를 지키는 일에 힘을 다하십시오.
1. 사람의 존엄을 위해 일하십시오. 그 무엇도 인간의 존엄을 헤칠 수 없습니다. 사상과 자유를 재단하려는 시도는 악하고 헛된 일입니다.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입니다. 모든 이들이 존엄하게 사는사회가 건강한 사회입니다. 
1.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십시오. 대한민국에는 헌법이 있습니다. 헌법을 준행하며 나라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십시오. 헛된 권력에 악용되던 해묵은 악법을 끊어내야 합니다. 그리하여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힘쓰십시오.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용기가 필요합니다. 

오늘 여기 모인 이들은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살아가는 온전한 사회를 만들고, 서로를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어 나아갈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일러주신 하나님 나라를 고백하며 헛된 권세에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2022년 12월 27일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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