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함께’ 소식지 기고문
좋은만남교회 담임목사 방현섭
1. '좋은만남교회'의 간단한 역사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좋은만남교회는 1985년 10월, 김태원 전도사님이 연신내(은평구 불광동)에 ‘신성교회’라는 이름으로 개척하였습니다. 김 전도사님 뒤를 이어 정성수 전도사님(현 C국 선교사)이 목회를 하셨고 1994년에 방일섭 전도사님이 부임하여 예배당을 이전, 2000년까지 목회하시다가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시면서 제가 뒤를 이어 담임전도사로 취임하였습니다. 교회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는 2005년에 현재의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 부지 49평을 매입하고 예배당(지하 1층, 지상 2층, 총면적 90평)을 건축하여 2006년에 입당하면서 교회 명칭을 ‘좋은만남교회’로 변경하였습니다.
2. 담임목사님의 목회 철학은 무엇인가요?
저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황해도 집안의 4대째로 태어난 모태신앙인입니다. 그래서인지 방언도 ‘못해’, 기도도 ‘못해’, 전도도 ‘못해’ 등등 모태신앙입니다. 조부와 더불어 삼촌, 사촌에 목사들이 바글바글합니다. 그래서 교회는 아주 익숙한 일상의 한 부분이었기에 잘 다녔지만, 신앙심이 깊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질풍노도의 청소년 시절을 보내고, 졸업하지 못한 대학 생활과 길지 않은 육체노동 직장생활을 하다가 군에 입대하고 뒤늦게 신학대에 입학하였습니다. 대학에 입학하여 통일과 사회과학에 관심 깊은 학회에 가입하여 활동하였습니다. 학창 시절에 세속화신학(Secular Theology)류인 존 로빈슨의 ‘신에게 솔직히’라는 책에 공감하였고 한국기독교연구소에서 출간하는 역사적 예수 관련 도서를 지금까지 탐독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의 성장 과정과 영적 여정이 제 목회 철학을 형성하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생활 영역과 신앙 영역이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활이 곧 신앙이 되는 ‘생활신앙’을 지향하며 교우들이 성인으로서 ‘믿음의 장성한 분량을 채우는’ 신앙, 스스로 알아가고 스스로 결단하는 주체적 신앙, 민주주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신앙, 동시대의 정서를 수용하는 신앙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목회하고 있습니다. 목회 철학이 좀 딱딱합니다.
3. 좋은만남교회가 지향하는 교회 공동체의 상은 무엇입니까?
출석 교인 20명 내외의 작은 교회라 딱히 무슨 공동체의 상을 운운할 것도 없습니다. 그저 매 주일 만나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보다 높은 지향점,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는 기후위기나 생태 위기의 주제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목회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신년이 되면 교회 표어를 새로 정하다가 어느 해인가 큰 의미 없다는 생각에 수년째 “예수님과 함께, 모든 생명 이웃과 더불어!”라는 표어를 고정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교회의 기능과 역할, 규모에 변동이 생긴 요즘에는 교회 공동체의 의미가 재해석 혹은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월부터 예배당 현장 예배와 더불어 온라인 예배를 우리 교회의 공적 예배의 한 축으로 인정하자고 결의하는 전교인 회의를 하였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삶에 공감하고 따르려는 사람, 모든 생명을 이웃으로 용납하고 더불어 살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시·공간을 초월하여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더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이 없어도 주체적이고 실천적인 삶을 사는 사람까지 포함하고 싶습니다.
“하나님 말씀, 예수님의 삶과 더불어! 불의와 부조리로 고난받는 이웃과 함께! 일상의 관성과 습관에 젖지 않고 새롭게! 생명 평화 진리 정의를 따라 바르게!”
4. 지금 하고 있는 섬김과 나눔, 사회선교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좋은만남교회는 라오스 평화선교사 이관택, 정유은 목사님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인제, 강화 등에서 농촌생태 활동(농활)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평화 활동가들과 단체, 이웃을 위해 1인 월 1만 원 겨자씨 헌금을 하여 연말에 소소하게 나누고 있습니다. 생태운동의 하나로 수년간 초록가게를 운영하였지만, 아쉽게도 사정상 중단되었습니다. 매년 평화통일 기도 주일에는 분단 현장을 찾아 예배하고 특정 이슈가 있을 때 현장 연합예배에 참여합니다. 인원이 많지 않으니 외부로 나가 예배하고 활동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웬만한 곳은 다 다녀서 이제는 마땅히 갈만한 분단 현장이 없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3년 동안 다양한 사회 참여 활동이 중단되어 현장성이 약해졌습니다. 뭔가 많이 하는 것 같았는데 따져보니 별로 하는 게 없어 민망하네요.
5. 고난함께 혹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사회 문제와 인권 문제, 통일 문제에 관심 갖고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감리교회의 대표주자 고난함께에 항상 감사합니다. 아울러 젊은 일꾼들이 고난함께를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의 장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에 응원을 보냅니다. 점점 더 개인화되고 파편화하는 사회 체제이지만 신앙공동체의 활력을 생산해내는 단체가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